해마다 ‘과학의 달’(4월)이 오면 각종 행사들이 요란하게 펼쳐지지만 그때뿐이다.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함에도 과학, 특히 기초과학 육성에 소홀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과학자와 기술자를 중시하고 존경하는 풍토는 기초과학 육성에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지질학계의 큰 별이 소리 없이 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별빛은 이 땅의 지구과학에 많은 열매를 영글게 했다. 김옥준 교수. 그는 지질학 분야에 종사하는 국내외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위대한 지질학자다. 29일 열리는 조촐한 1주기 추모 모임을 계기로 그의 발자취가 되새겨진다.
김 교수는 1954년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지질학 분야에서는 한국 최초로 외국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 대우교수로 시작해 연세대 교수로 퇴임하기까지 국립지질조사소 소장, 한국지하자원조사소 대표, 대한지질학회 회장, 대한자원지질학회 회장 등으로 폭넓게 활동했다.
서울시 문화상,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 학술원상, 성곡학술문화상 등의 수상 실적은 그가 우리나라 지질학 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를 잘 말해 준다.
금속광물자원 탐사를 통해 금 은 동 중석 석탄 시멘트 등 전략광물자원의 탐사, 개발, 생산의 기초 터전을 닦았으며 남한의 주요 지질구조를 규명한 그의 연구는 한반도 지질 이해의 기본지침이 되고 있다.
필자는 연세대 학생 시절 김 교수의 제자로 옥천지향사대 야외지질조사를 보조 수행하면서 자연과학자로서의 학문적 태도와 지질조사연구의 경험론적 방법론을 전수받았다. 정년퇴직 후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거금을 희사해 만든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의 ‘김옥준 상’은 후학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업적은 노벨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이화여대사대부속고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