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장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구에서 청주로 가는 버스에서 이 글을 씁니다. 달리는 차창 밖 들녘에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별나게 길었던 늦추위 때문인지 올해는 전에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봄맞이를 합니다.
저는 정당개혁이라는 꿈을 열린우리당 안에서 실현하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어제 대구 방송토론에서 어떤 후보들은 이 꿈이 벌써 다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원이 주인 되는 깨끗한 정당은 기간당원 제도를 도입하고 실시했다고 해서 곧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정당혁명은 이 제도에 어울리는 정당문화를 온전하게 꽃피울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밖에서 구경하는 분들은 잘 알기 어렵겠지만, 우리당에는 여전히 낡은 선거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어떤 후보들은 아직도 대의원들을 통제와 동원의 대상을 여기고 있습니다. 대의원들을 조직하고 통제하기 위해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부당한 선거운동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행태를 목격한 대의원들께서는 우리당 아직 멀었다고 갈 길이 멀다고,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저에게 전화를 하십니다. 당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당의장 후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국민과 당원 앞에 떳떳한가?”
그 동안 무척 힘들었습니다.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어떤 후보는 입만 열면 저를 분열주의자라고 공격합니다. 해명을 하다 보면 다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가 말합니다. 싸우는 사람한테는 표를 주지 말라고.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10여 명의 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저를 인격적으로 비난하거나, 제가 당지도부에 들어가면 당이 깨지기라도 할 것처럼 대의원들을 협박하거나, 제가 당을 분열시키는 사람이라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경쟁후보의 인격적 특성을 공격하는 것은 한나라당 후보와 싸우는 선거에서도 잘 쓰지 않는 반칙입니다. 예비선거 때는 글로 옮기기 민망한 악성 루머를 퍼뜨린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이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저도 알 만큼은 압니다. 저는 그분들에 대해 한 마디 변명도 반박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어느 언론인에게 저에게 적대행위를 하는 분들과 저의 관계가 적대적이라는 말을 한 것뿐입니다. 그랬더니 그런 적대행위를 실제로 한 쪽에서 저를 가리켜 동지를 적으로 규정하는 분열주의자라고 비난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대의원들께서 이 모든 상황을 목격하고 경험한 다음에 여덟 후보에 대해 심판을 내리는 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 시각까지 무릎 꿇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정당혁명의 꿈을 함께 나눈 수많은 당원들과 네티즌들, 1억 원이 훨씬 넘는 후원금을 보내주신 지지자 여러분, 손잡아주고 등을 두드려주신 전국의 대의원들 덕분입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저에게 특별히 큰 힘을 주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김두관 후보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저에 대한 인신공격이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며 함께 당지도부에 들어가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쟁후보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행위,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람에 대구 방송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당했지만 김두관 후보는 이런 입장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언젠가는 꼭 신세를 갚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했던 저의 말 한 가지를 수정하려고 합니다. “내가 1등 하고 김두관 후보가 2등하면 백점, 김후보가 1등 하고 내가 2등하면 99점”이라고 한 말입니다. 이렇게 바로잡겠습니다. “내가 1등 해도 백 점, 김두관 후보가 1등 해도 백 점.” 김두관 후보님 고맙습니다.
국민여러분, 당원여러분,
가야할 길을 뒤돌아보지 않고 가겠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어떤 역풍을 만나도 아무리 고약한 모함을 받아도,
당원이 주인되는 깨끗한 백년정당을 세우는 그날까지,
굴복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2005년 3월 29일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 기호7번 유시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