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9일 이동통신사가 요금분쟁 해결을 위해 일정기간 보관하는 요금 부과 기준정보(과금정보)를 이용자의 요청이 있을 때 즉각 폐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시각, 사용시간, 통화위치 등을 담고 있는 과금정보는 거의 모든 강력범죄와 부정부패사범을 수사하는 데 중요한 초동수사 자료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들은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안병엽(安炳燁) 제4정책조정위원장과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어 가입자가 요금을 납부한 뒤 과금정보 삭제 요청을 할 경우 즉시 파기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동통신사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또 이용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과금정보는 통화 후 3∼6개월,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 신상정보는 해지 6개월 후 파기시킬 것을 합의했다.
현재는 각 이동통신사가 과금정보와 서비스 해지 고객 개인정보를 일정 기준 없이 6∼33개월간 보관함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제기돼 왔다. 정보통신망법에도 기간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고 ‘통화기록정보를 보관해야 한다’고만 적혀 있다.
당초 정통부 지침안은 과금정보나 해지고객 정보를 6개월이 지났을 때 자동 폐기토록 하되 고객 당사자의 요청에 의한 폐기 규정은 포함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반대, 업계는 난감=검찰과 경찰은 범죄자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입장이다. 정보보호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지, 정보를 아예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인 셈이다.
경찰청 황운하(黃雲夏) 수사권조정팀장은 “최근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는 예전의 지문 수사에 비견될 정도로 필수적인 초동수사이며, 당연히 범인의 윤곽을 파악하는 결정적 자료로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또 “범죄자가 범죄기록을 은폐하고 현장부재증명을 허위로 꾸미기 위해 ‘통화기록 즉시 삭제 규정’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회사들도 난감해 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 원칙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국제전화같은 경우 통화기록 자체가 본사에 한 달 뒤에나 오게 되는데 기록이 먼저 삭제되면 입증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과금정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이용계약 이행을 증명하고 정확한 요금 정산을 위해 필요한 정보.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 시간, 사용 시간, 통화 위치(기지국 정보) 등이 담겨 있으며 사용자와 이동통신사 간 요금 분쟁 해결을 위한 입증자료로 쓰이기 위해 보관된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이 담긴 개인 신상정보와 합쳐 ‘개인 정보’로 통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