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 사기사건에 휘말린 한국 무역회사가 중국 법원에서 진행된 수천만 달러짜리 소송에서 극적으로 이긴 사실이 30일 알려졌다.
국내 중계무역회사인 S사는 1997년 중국 쓰촨(四川) 성의 한 회사에 플라스틱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홍콩의 무역회사에서 수입한 물품을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중국 회사는 중국농업은행에, S사는 한국의 농협에 각각 신용장을 개설했다.
홍콩의 무역회사가 “중국에 물품을 보냈다”며 선적서류를 보내오자 S사는 신용장 대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중국 회사는 “중국농업은행이 선하증권이 위조됐다고 하는 만큼 대금 2000만 달러를 줄 수 없다”고 했다.
S사의 확인 결과 화물이 선적된 적도, 선박이 중국에 입항한 사실도 없었다. 홍콩 무역회사 관계자들은 도주했다.
중국농업은행은 쓰촨 성 고급인민법원(1심)에 “S사가 사기수출을 했다”며 신용장 무효와 신용장 대금 지급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고급인민법원은 중국농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S사는 대법원격인 중국 최고인민법원에 상소했다. 중국은 2심제다. 최고인민법원은 4년여 만인 지난해 말 “S사는 책임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