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5년 3월 31일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가 사망했다. 39세였지만 여섯 남매 중에서는 가장 오래 살았다.
두 언니 마리아와 엘리자베스는 가난한 목사의 딸들을 위한 기숙학교에 다니다 전염병으로 11세와 10세 때 숨졌다. 남동생 브랜웰은 1848년 사망했다. 샬럿과 함께 문학사에서 ‘브론테 자매’로 불리는 에밀리(‘폭풍의 언덕’ 저자)와 앤(‘아그네스 그레이’ 저자)도 브랜웰이 숨진 해와 이듬해 29세와 27세로 숨을 거뒀다.
브론테 가족이 살던 영국 북부 하워스는 ‘폭풍의 언덕’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황량한 곳이었다. 하워스의 기(氣)와 샬럿은 상생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가슴 속의 불을 바깥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습하고 쓸쓸한 하워스의 기운 때문인지 매번 실패했다.
샬럿은 가계에 보탬을 주려고 기숙학교 교사와 가정교사로 일했다. 당시 교사의 삶은 기계처럼 소모적이고 단조롭고 무의미했다.
샬럿은 26세 때 자신의 학교를 열 작정으로 벨기에 브뤼셀로 유학을 떠났지만 에밀리의 건강과 경제문제로 2년 만에 돌아왔다. 브뤼셀에서 한 교수를 사랑하게 됐지만 하워스로 돌아온 후 그에게 편지를 보내도 답장은 없었다. 학교를 열려던 계획은 학생이 없어 무산됐다.
당시 샬럿은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매일 매일이 똑같아…. 아무런 생기도 없이 무거운 표정들…. 곧 서른이 되는군요…. 이곳에 묻혀 있는 것 같아요.’
무의미한 일상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데 대한 두려움이었다.
1846년 브론테 자매는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라는 책을 냈다. 첫 출판이었다. 여성적인 감수성이 표출된 시는 당시 정서와는 동떨어진 탓인지 책은 딱 2권 팔렸다.
이듬해 출간된 ‘제인 에어’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샬럿은 문학가로서의 성공을 오래 누리지 못했다. 1954년 부목사인 아서 벨 니콜과 결혼했지만 1년도 못돼 건강이 나빠져 임신 상태로 숨졌다.
샬럿은 소설 속의 제인 에어를 통해 자신이 살고자 한 삶을 실현했는지도 모른다. 제인 에어는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을 새로운 곳에 온전히 던져 넣고 사랑과 자아실현 등 삶의 의미를 찾았으니까.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