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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5주년]“디지털 미래가 궁금하면 코리아를 보라”

입력 | 2005-03-31 15:24:00

직장인들이 휴대전화로 싸이월드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싸이월드는 SK텔레콤 고객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4월 1일부터는 통신사에 관계없이 모든 휴대전화로 즐길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은 미래의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미리 보여주는 타임머신이다.”

최근 미국의 유력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세계 최고의 기술 선진국과 비교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앞선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고 극찬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에 ‘모바일 이노베이션 랩’이라는 무선단말기용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설립했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한 한국에서 연구를 시작해야 앞서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미국의 게임회사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3년 넘게 개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 선보였다. 게임에는 한복과 한옥 등을 넣어 한국 사용자의 기호에 맞추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열혈 소비자의 힘=한국인은 휴대전화를 통해 TV를 보고 전국에 깔린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이용해 뉴스, 영화,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이동통신망을 이용해서 진일보한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 이런 시스템과 서비스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외국의 정보기술(IT) 환경에 대해 ‘느리다’, ‘불편하다’, ‘재미없다’는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휴대전화 단말기처럼 디지털 서비스도 점차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최초, 최고의 게임 서비스=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한국의 엔씨소프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관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 김용곤 실장은 “동시에 수십만 명의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 이를 관리하는 기술은 한국이 독보적이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더 많은 사용자가 한꺼번에 게임을 즐기는 중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게임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이런 ‘검증된 기술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검색 서비스의 ‘힘’=‘오징어와 문어 중 어떤 동물의 다리가 더 많을까?’

궁금하면 ‘네이버 지식에 물어봐라’.

검색창에 ‘오징어 문어 다리’라고 치면 누리꾼(네티즌)이 올린 답을 볼 수 있다. 누리꾼 스스로 답을 올리고 검증하는 ‘지식검색’이라는 방식이 생긴 것.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인터넷 기업 ‘NHN’은 이 서비스로 단숨에 검색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NHN은 이런 검색의 매력을 휴대전화로 이식(移植)해 ‘모바일 통합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언제 어디서나 궁금한 게 생기면 휴대전화로 의문을 해소하는 서비스다.

▽한국식 문화가 꽃피운 커뮤니티 서비스=다음커뮤니케이션의 ‘카페’ 등으로 시작한 커뮤니티 서비스는 여러 사람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사진 등을 올려 서로의 근황을 살필 수 있는 일종의 게시판이다. 이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서비스였으나 집단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서비스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대표주자. 13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경쟁력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면 PC 앞에 앉은 친구가 이 사진을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친구들과 ‘접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글로벌 게임업체로 도약”▼

“지금까지는 세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 단계였습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지요.”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 선두 주자 엔씨소프트 김택진(사진) 사장은 회사를 세계적 브랜드 파워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 일본과 대만, 태국과 영국에 각각 합작법인 및 지사를 설립했다.

이렇게 구축한 네트워크는 올해 엔씨소프트의 해외시장 공략에 발판이 될 전망이다.

“다른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등 쉬운 방법으로 해외에 진출할 때 우리는 지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그 나라 시장을 직접 개척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고생한 만큼 더 나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자부합니다.”

엔씨소프트는 시장 개척을 통해 각 나라 게이머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각국의 우수한 게임 개발 인력도 확보했다.

EA와 스퀘어소프트 등 세계 굴지의 게임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엔씨소프트만이 갖는 장점에 대해 물었다.

“엔씨소프트는 도전을 통해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하지 못했던 온라인게임 분야에 도전했던 것도 이런 과정이었지요. 우리에게는 빠른 결단을 할 수 있는 젊은 에너지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젊은 도전 정신으로 그들과 경쟁할 것입니다.”

▼김범수 NHN 사장 “韓-中-日 검색시장 동시 석권”▼

“NHN을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NHN은 검색 포털 네이버(www.naver.com)와 게임 포털 한게임(www.hangame.com)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인터넷 전문 그룹이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를 보면 NHN이 더 이상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범수(사진) 사장도 이 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국내 시장에서 승부는 어느 정도 가름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앞으로 관건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승부이며 이곳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세계적인 인터넷 그룹으로의 도약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포부는 허언(虛言)이 아니다.

이미 NHN재팬은 일본 게임 포털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중국 시장 제패도 노리고 있다.

NHN은 올해 상반기에 한중일 3국의 동시접속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해 세계 최대 게임 포털 사이트로서 기틀을 구축할 전망.

김 사장은 “세계 기업으로의 도약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외국계 포털이 한국 네티즌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른 국가의 문화와 언어 특성까지 감안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도토리 해외 수출합니다”▼

“한류 열풍이 거센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을 우선 공략할 것입니다. ‘싸이월드’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싸이월드는 인맥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로 세계 최초의 사업 모델이자 가장 ‘한국적’인 사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사진) 사장은 싸이월드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낙관했다. 일본의 게임과 만화도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미국에 안착했는데 우수한 인력과 선점 효과까지 갖고 있는 싸이월드가 해외에서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유 사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만간 싸이월드를 새로 꾸밀 예정. 특히 사람 찾기 기능을 보완해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개선하고 법인과 사회단체들도 싸이월드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공적인 공간도 마련할 계획.

또 유무선 통합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해 휴대전화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싸이월드의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본격화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보다 능력이 검증된 국내 포털 기업이 더 큰 경쟁자입니다. 유무선 통합 서비스의 확충 등으로 이들과의 경쟁에 대비할 것입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