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초코파이오리온 초코파이가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수년 동안 매출액 신장률이 두 자릿수대에 이르는 등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초코파이 매출액은 3300만 달러. 오리온의 러시아 현지법인인 오리온러시아유한공사(OFR) 소속 직원이 모스크바의 한 대형 할인점에서 초코파이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리온
《우리나라 식품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라면 초코파이 분유 치즈 김에서부터 각종 스낵류에 이르기까지 국내 식·음료 기업이 해외 시장에 내보내는 수출품목은 다양하다. 식·음료 업계의 올해 화두는 ‘글로벌화’. 국내 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선 점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다진 역량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불고 있는 한류(韓流) 바람은 ‘우리 맛’의 지구촌 전파에도 한 몫 단단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맛, 브랜드 인지도 높다=KOTRA는 2003년 7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3대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오리온 초코파이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외상거래가 많은 중국에서 술 담배 이외에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제품은 오리온 초코파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결혼식 답례품으로,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올리는 과자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연간 수출물량(지난해 6400만 달러) 중 약 70%를 러시아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이중 대(對) 러시아 주력 수출품목은 사각형의 ‘도시락라면’. 러시아에서는 동네 구멍가게 등 웬만한 소매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돼 있는 인기상품이다. 겉 포장지에 그려져 있는 수건 쓴 모델 그림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이 라면을 ‘아가씨라면’, ‘간호원라면’이라고 부른다.
중동지역의 유아들은 매일유업의 분유를 먹고 자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는 전 세계 20여 개 분유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매일유업은 점유율 20%로 4위다.
매일유업은 또 지난해 한국보다 낙농기술에서 10년 이상 앞서는 일본에 국내산 원유로 만든 자연치즈를 첫 수출하는 실적을 냈다.
농심은 라면 스낵 등을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미국 등 현지에 4개의 현지 공장이 있다. 일본 공중파 방송인 도쿄 TV는 지난해 농심 ‘신라면’을 포스트잇, 칭다오맥주와 함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선정했다.
동원F&B의 ‘양반김’은 2001년 일본 아사히 TV가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식품’ 순위 1위로 꼽혔다.
▽‘맛에 반해 한국이 좋아졌다’=한국의 맛에 반한 외국인들은 한국기업, 더 나아가 한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솔직히 표현한다. 자연스럽게 수출시장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
초코파이에 반한 한 러시아 어린이는 “초코파이가 너무 맛있어 어른이 되면 한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편지를 서울로 보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이 러시아에서 현지 기업 대접을 받을 정도로 러시아인들의 초코파이 사랑은 지극하다”고 말했다.
전통식품 김치는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의 수출김치 브랜드 ‘아름찬’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등 3회 연속 올림픽 선수촌에 김치를 독점 공급했다.
농협 수출지원팀 정석봉 팀장은 “선수촌 식당에서 한국 김치의 인기가 높아 수많은 음식 중에서 한국 김치가 먼저 동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김치 맛을 잊지 못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우리 맛의 전파에는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매일유업은 중동에 진출하기 위해 깨끗한 물이 부족해 배탈이 자주 일어나는 현지 사정을 파악해 설사치료용 특수 분유를 개발했다.
동원F&B는 김을 술안주나 간식으로 먹는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춰 ‘김치맛 김’과 ‘와사비맛 김’을 새로 만들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남승우 풀무원 사장 “두부 맛 현지화… 美공략 박차”▼
풀무원(사장 남승우·사진)은 미국 현지법인인 풀무원USA를 통해 미국 현지인 입맛에 맞는 두부 식품 개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또 작년 4월 인수한 미국의 콩제품 제조기업 와일드우드 내추럴푸드(Wildwood Natural Foods)를 기반으로 미국 콩·두부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크게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5년 미국 두부시장에 진출한 풀무원은 지속적인 매출 성장에 힘입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각각 2개, 1개의 현지 공장을 세웠다.
올해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2000만 달러(약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두부 식품을 만들기 위해 현지 기술연구소를 통해 두부 소시지, 두부 스테이크, 두부 케이크, 두부 치즈 등 신개념의 ‘퓨전(fusion)’ 두부식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사장 “中-베트남으로 시장 다변화”▼
한국야쿠르트(사장 김순무·사진)는 러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도시락라면’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중국 베트남 등지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도시락라면은 2003년에 러시아에서만 2억4000만 개가 팔리는 등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하는 러시아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러시아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물류비를 아끼고 관세 장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러시아에만 집중됐던 수출 루트도 아시아 지역과 브라질 등 남미 지역으로 다변화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출액도 작년 6400만 달러(약 640억 원)에서 올해는 8700만 달러(870억 원)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상우 오리온 부사장 “中시장 석권… 러시아도 눈앞”▼
오리온(대표이사 부사장 김상우·사진)은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해외 매출액 증대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오리온은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제품은 과감히 정리하고 인기 제품은 집중 육성하는 ‘코어 브랜드(Core Brand)’와 ‘파워 브랜드(Power Bran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해외 수출전략도 ‘오리온 초코파이’를 주축으로 점차 제품군을 늘려나갈 예정.
오리온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초코파이 판매 확대에 나서 ‘파이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포석이다.
특히 러시아는 해마다 매출액이 두 자릿수로 성장 하는 등 잠재력이 충분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기록한 매출액은 3300만 달러(약 330억 원)였으며 올해는 이보다 30%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 인근 동유럽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윤 농심 사장 “중남미계 등 美 소비층 확대”▼
농심(사장 이상윤·사진)은 올해 미국 현지공장 가동을 계기로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세계 70여 개 국에 라면 및 스낵을 수출하거나 현지 생산하고 있는 농심은 지난해 해외부문에서 1억1900만 달러(약 11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1억5000만 달러(약 1500억 원).
농심은 중국 진출 8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시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TV와 버스 광고 등을 통해 신라면 광고를 지속적으로 한 결과 라면 브랜드(신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올해부터는 흑자를 볼 수 있을 전망.
중국에 3개 현지 공장이 있는 농심은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쿠카몬가 시에 네 번째 현지공장을 세운다.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계기로 교포 대상 마케팅에서 벗어나 아시아계 민족, 중남미계 민족 등으로 타깃 소비자층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월마트, 코스트코, 셈스클럽 등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시식회 및 판촉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