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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미래와 도전]막오른 경제패권 경쟁…첨단 지식산업

입력 | 2005-03-31 19:23:00


《2020년 중국은 국제사회의 명실상부한 리더국가로 도약하고자 한다. 야심 찬 미래설계의 포커스는 당연히 2020년에 맞춰져 있다. 목표는 종합국력 3위. 인도 역시 세계열강 대열에 합류하는 시점을 2020년으로 잡고 있다. 두 나라를 합쳐 30억 가까운 인구가 당당히 세계사의 중심권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나라뿐만 아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과 같은 후발주자들도 2020년 비상을 꿈꾸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2020년 ‘아시아의 시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각국의 미래는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보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중순부터 하순까지 아시아 각국의 ‘오늘과 내일’을 취재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창장(長江) 하이테크단지는 756만 평에 이른다. 이 거대한 단지의 중심부에 있는 약물연구소에선 전통약재를 이용한 합성실험이 한창이다. 연구소는 뇌중풍(뇌졸중)과 고혈압의 치료성분을 찾아내 임상시험 3단계를 진행 중이다. 정식 치료제로 사용하기 직전 단계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조만간 중국발(發) 신약개발이 세계 제약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굴뚝 공장’의 이미지가 강한 아시아. 하지만 각국의 산업현장을 취재하면서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아시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각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 중국 상하이는 세계 R&D 중심

창장 단지엔 3000개가 넘는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대부분 보안시설이다. 로슈,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 제약사와 제너럴일렉트릭, 모토로라, 소니 등 글로벌 기업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바이오칩엔지니어링센터와 같은 중국의 국가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국책연구소도 밀집해 있다.

중국의 유전자 연구는 세계적 수준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개발도상국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으며, 세계 최초로 쌀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국립인간게놈센터의 자오궈핑(趙國屛) 수석국장은 “중국의 13억 인구와 56개 민족의 유전자 정보는 인류의 질병치료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며 “2020년경 중국의 유전자 연구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도 방갈로르 “IT 다음엔 BT”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 IT산업으로만 알려진 이곳도 지금 ‘바이오 혁명’이 진행 중이다. 방갈로르는 임금 경쟁력까지 갖춰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찾은 오리진은 글로벌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을 대행하는 회사이나 150여 명 최정예 연구인력의 월 평균임금은 500∼2000달러(약 50만∼200만 원)다.

인도의 제약회사 시플라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약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세계 제약업계에서 ‘무서운 아이’로 통한다. 시플라는 1200여 가지의 약품을 생산해 미국과 한국 등 16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아마르 룰라 사장은 “2020년엔 인도의 메이저 제약회사들도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기업 판도가 바뀐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50년 뒤인 2054년 세계 10대 기업의 순위를 발표했다. 그중 현존하는 기업은 4개뿐이고 6개는 앞으로 생길 ‘가상기업’이다. 4위인 가상기업 ‘시노바이오코프’는 중국의 생명공학기업.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 혁명에 힘입어 노인들의 세포재생을 해주며 거액의 매출을 올린다.

5위인 가상기업 ‘인도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합병해 인도 뭄바이에 세운 것. 포천은 인도의 우수한 IT인력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공지능 아웃소싱’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인도의 기업들이 BT와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상의 글로벌기업으로 부상한다는 게 포천의 예측이다.

○ 중국-인도가 세계경제 견인차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2020년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고 인도가 주요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말 내놓았다. 아시아 각국도 2020년을 전후해 세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문화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사회를 뜻하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2020년까지 건설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미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서부 대개발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2002년 1조1700억 달러에서 2020년 4조1000억 달러로 늘어난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20년 중국의 GDP가 중국 정부의 목표치보다 높은 7조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또 2015년까지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에 자국 기업 50개를 포함시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포천이 선정한 ‘2004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15곳이다.

○ 2020 생존경쟁은 시작됐다

인도는 ‘인디아 비전 2020’을 추진하고 있다.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은 저서에서 “인도의 GDP가 2000년 4364억 달러에서 2020년 2조1405억 달러로 늘어나 세계 4대 경제강국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도 2020년까지 13개 주에 테크놀로지 파크를 조성하는 ‘비전 2020’을 추진 중이다. 후발주자인 베트남 역시 2010년까지 철도 도로 전기 통신 등 기초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고 2020년까지 본격적인 공업국에 진입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일본은 2030년을 목표로 한 ‘21세기 일본의 비전’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인구 감소에 대비해 이민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취재팀

▼美국가정보위 가상편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2020 프로젝트’ 보고서엔 흥미로운 가상편지 하나가 실려 있다. 2020년 1월 12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의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 의장에게 보내는 형식의 이 편지는 15년 뒤 예상되는 세계질서의 변화를 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편지 요지.

의장님께.

저는 결국 아시아인들을 설득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 불참 방침을 철회하도록 말이죠. 대신 올해 포럼은 중국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포럼은 다보스와 아시아에서 번갈아 열릴 것입니다.

21세기에 접어들 무렵 우린 세계화를 미국화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계화는 아시아의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엔진이 아닙니다. 9·11 비극이 경고음이었죠. 우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쌓아야 했으나 거기에는 세계화의 기본을 해칠 위험이 있었습니다. 자본과 상품,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학생들에게 미국 비자를 제한한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미국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리더십이 아시아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중국에서 금융문제가 터질 때마다 우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정치적 위기도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했습니다. 저는 중국과 인도가 거대한 중산층과 그토록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세계의 무게중심은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 손녀가 이번 학기 동안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제 손자도 중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이번 포럼 때 함께 만날 수도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