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태양을 그렸는데, 중간의 점이 특징적이다. 이를 태양의 흑점으로도 보지만 중국 신화에서 태양에 산다고 하는 삼족오의 상징으로도 풀이한다.
태양은 인류가 볼 수 있는 가장 강한 빛과 만물을 생장케 하는 무한한 에너지를 가졌다. 이의 위치로 시간대를 확정하고, 뜨고 지는 주기로 ‘하루’를 나타냈으며, 이 때문에 시간의 총칭이자 달력(曆·력)의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먼저, 양(陽·볕 양), 昆(형 곤) 등은 태양을 직접 지칭한다. 양은 제단(示·시)에다 태양이 더해져 태양 숭배 사상을 그렸고, 昆은 ‘두 사람(比·비)의 머리 위로 태양이 위치한’ 데서 ‘정오’, ‘하늘의 끝’, ‘정남쪽’ 등의 뜻이 나왔다. 旭(밝을 욱)은 태양이 9개나 되어 더없이 밝음을, 春(봄 춘)은 햇빛을 받아 풀(艸·초)이 돋아날 때임을 그렸다.
또 태양의 위치는 하루의 시간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기도 했다. 예컨대 旦(아침 단)은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름을, 晨(새벽 신)은 조개(辰·신) 칼로 농사일을 시작하는 이른 시간을, 朝(아침 조)는 해가 수풀(艸·초) 사이로 떠올랐으나 달(月·월)이 아직 지지 않은 아침을, 昏(어두울 혼)은 해가 사람(氏·씨) 아래로 떨어진 시간대를 그렸다. 暮(저물 모)는 원래 풀 숲()·망)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인 莫(없을 막)으로 썼으나 이후 다시 日을 더해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晝(낮 주)는 붓(聿·율)과 태양을 그려 붓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낮’ 시간을, 時(때 시)는 원래 日과 之(갈 지)로 구성되어 ‘태양의 운행(之)’으로부터 ‘시간’을 그려냈다. 또 是(옳을 시)는 원래 日과 正(바를 정)으로 구성되어 해가 한가운데 위치할 때를 말했고 이로부터 ‘곧바르다’, ‘옳다’의 뜻이 나왔다. 그리고 昔(옛 석)은 원래 천(災·재앙 재)와 日로 구성되어 ‘홍수가 났던 그때’로부터 ‘옛날’의 의미를 그렸다.
하지만 晉(나아갈 진), 旨(맛있을 지), 易(바꿀 역·쉬울 이), 星(별 성), 晶(밝을 정) 등은 모두 태양(日)과 관련된 글자들은 아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