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유머/이상준 지음/271쪽·1만2000원·다산북스
어느 고위 교육자가 남녀 교사들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농도 짙은 성적(性的) 농담을 하다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그는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조크를 던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렇듯 일부 직장인들은 유머라면 으레 음담패설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회식 또는 회의 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답시고 ‘야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골프장에서도 그렇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 희롱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고품격 유머’는 품격 높은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품위유머닷컴(www.opinity.co.kr)이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저자는 “유머와 웃음을 품위 있게 구사하는 것은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남에게 얼마나 재미있게 전달하는가 하는 표현력이 성공의 핵심 열쇠라는 것.
미국에서 가장 유머 감각이 뛰어난 방송인으로 꼽히는 앤디 루니는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이 아니다. 뉴스 앵커에 가깝다. 그는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말을 유머러스하게 할 뿐이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은 박장대소보다는 빙그레 웃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 잔잔한 여운 덕분에 그는 시청자 눈에 품격을 갖춘 인물로 비친다.
저자는 “조직의 리더는 앤디 루니와 같은 고품격 유머를 구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그런 감각을 갖기 위한 7가지 비결을 소개했다. 즉, ①마음을 열어라(권위주의에서 벗어나라) ②많은 고품격 유머를 접하라 ③많이 활용하라 ④재치 있는 어법을 구사하라 ⑤상황에 맞는 유머를 찾아라 ⑥갈등과 문제의 발상을 전환하라 ⑦유머 실패에 대비하라 등이다.
유머 감각을 지닌 리더는 조직원들을 즐겁게 하여 여유 있게 그들을 끌어당긴다. 그런 조직은 유머라는 윤활유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업무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세일즈맨이 고객을 웃게 하면 절반은 성공이다. 고객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일즈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엔 저자가 직접 만든 유머 이야기 수백 개가 소개돼 있다. 사회 흐름이나 시사 이슈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누구나 약간만 노력하면 멋진 유머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매출실적이 늘지 않아 ‘왕짜증’이 나는 사장, 임원, 부장, 팀장이 계시다면 이 책을 읽고 일단 유머 감각을 키워 보시길…. 조직에 웃음꽃이 피면 활기가 감돌아 실적이 개선되고 조직원 개개인의 건강도 좋아짐을 실감하시리라.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