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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4년만에 앨범 ‘사춘기’내는 이선희

입력 | 2005-04-03 17:21:00

4년만에 13집 앨범 ‘사춘기’를 낸 가수 이선희는 4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녀 못지 않은 열정을 보였다. 권주훈 기자


1984년 7월 29일.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앳돼 보이는 여대생이 남이섬 무대에 섰다. 160cm도 안 되는 작은 체구인 그녀가 부른 ‘J에게’는 제 5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어 그해 연말 KBS, MBC의 가요상을 휩쓸었다.

21년이 지난 지금. ‘써니 언니’를 외치던 팬들은 어느덧 자식 뒷바라지에 바쁜 중년이 되었지만 가수 이선희(41)는 여전히 ‘J에게’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4년 동안 준비해온 13집 앨범 ‘사춘기’를 곧 발표한다.

○ 마흔 한 살의 사춘기 소녀 이선희

“‘마흔 살의 봄’이 주제예요.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열병을 앨범에 담았어요. 그것은 아마도 저의 이야기일 수도 있죠.”

어느덧 마흔 한 살이 됐지만 그녀에게 ‘중년 여성’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13집 ‘사춘기’는 여성스럽다. 데뷔 초 혈기 왕성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순간순간 사랑에 빠지곤 해요. 나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도, TV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도 모두 제겐 사랑의 대상이죠. 지난해에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고 탤런트 소지섭 씨처럼 극단적인 사랑도 한 번 해보고 싶었죠.”

동양적 색채의 발라드 곡인 타이틀 곡 ‘인연’을 비롯해 스탠더드 재즈곡 ‘사랑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LP잡음으로 시작하는 ‘자전거’ 등 9곡 모두 사춘기 소녀 이선희를 표현했다. 특히 ‘알고 싶어요Ⅱ’는 1987년 3집 히트곡 ‘알고 싶어요’의 후속편으로 가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결혼한 뒤 자신에게 무감각해진 남편에게 고(告)하는 노래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데뷔 20주년 콘서트 라이브 음반을 포함해 두 장으로 제작됐다. 이선희는 이번 음반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이선희 다운 앨범’이라며 자신한다.

○ 데뷔 21년의 ‘써니 언니’

가수 이선희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음악이 인생의 전부였던 그녀는 ‘노래꾼 이선희’를 좋아한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사람들과 제가 소통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성적이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를 알렸으니 ‘음악’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최근 이선희는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그녀가 발굴한 가수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로 각종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승기를 보며 흐뭇한 것도 잠시, 그녀는 오히려 이승기에게서 자극을 받는다.

“승기가 TV에서 발랄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한 번 해봐야지’라고 다짐해요. 내가 가지지 않은 모습을 많이 일깨워줍니다.”

그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노래 연습하고 책 읽고 가끔 등산하는 것이 하루 일과다.

“저는 지금의 제 나이가 좋아요. 여유로워지고 노여움도 없어졌죠. 나이가 주는 연륜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답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분명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