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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서거]차기 교황 누가 될까

입력 | 2005-04-03 18:09:00


2일 서거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는 누가 잇게 될까.

수많은 추기경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교황 선출이 워낙 엄격한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생전에 특별히 언급한 인물이 없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교황청 주변에서는 오랜 전통에 따라 이탈리아 출신이 다시 교황 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가톨릭의 확산과 전 인류적 포용을 위해선 타 지역 출신의 교황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탈리아 출신 후보군=이탈리아 최대 교구인 밀라노의 디오니지 테타만치(70) 대주교, 이슬람 전문가이자 외국어의 귀재로 알려진 베네치아의 안젤로 스콜라(63) 총대주교, 교황청 국무장관으로 안정감을 갖춘 안젤로 소다노(77) 추기경 등이 이탈리아 출신 유력 후보로 꼽힌다.


비(非)이탈리아 유럽권에서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성(聖省) 수장인 독일 출신의 요제프 라칭거(77) 추기경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보수파로 꼽히며 교황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로 지난달 26일 밤 교황 대신 부활절 전야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비유럽권 후보들=비유럽권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에서는 가톨릭 교세가 쇠락하고 있는 반면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교세가 확장되고 있는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온두라스의 오스카르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66) 추기경은 유력한 ‘제3세계’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브라질의 클라우디우 우메스(70) 상파울루 대주교도 유력하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69) 추기경과 멕시코의 노르베르토 리베라 카에라(62) 추기경도 후보로 오르내린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바티칸 요직을 두루 거친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이 교황에 오른다면 49대 성 젤라시오 1세 이후 1500년 만에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된다. 아시아권에선 이반 디아스(69) 인도 뭄바이 대주교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교황청 외교관으로 36년 동안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17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의 변수=교계에서는 젊은 교황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지만, 교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아우를 수 있는 연륜 있는 후보가 뽑힐 가능성이 높다.

가톨릭 전문가들은 모든 조건이 비슷하다면 △교리 해석에서 보수적이면서도 △제3세계 출신이고 △60대 후반 또는 70대 초반에 △오랜 교구 목회 경험을 가지면서 교황청 내부 사정을 아는 후보가 선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교회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성령의 힘’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예수의 대리자로서 신이 선택한 ‘목자’가 선출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교황 어떻게 뽑나 ▽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은 제265대 교황은 ‘콘클라베(Conclave·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란 뜻)’로 불리는 교황 선거회에서 선출된다. 만 80세 이하 전 세계 추기경 중 최대 120명으로 구성되는 교황 선거회는 교황 사후 15∼20일이 지나면 교황 선출에 들어간다. 현재 전 세계에는 190여 명의 추기경이 있으나 80세 이하인 사람은 11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천주교계는 이번 교황 선거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못한다. 한국의 유일한 추기경인 김수환(金壽煥·83) 추기경이 이미 80세를 넘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황 선거회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로 유명한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다. 투표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교황 선출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 이 건물을 폐쇄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선거는 비밀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후보자가 없는 상태에서 투표용지에 한 사람의 이름을 쓰게 된다. 총투표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야 교황으로 선출된다.

선거 첫째 날 오후에 한 차례 투표를 실시하며 여기서 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그 다음날 오전에 두 차례, 오후에 두 차례에 걸쳐 재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3일 동안의 투표에서도 교황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기도와 토의시간을 가진 뒤 7차례 추가 투표를 실시한다. 이런 식의 투표를 총 30회 실시해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과반수 득표자를 교황으로 선출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투표용지를 마른 밀짚과 함께 태워 난로 굴뚝에 흰 연기가 나게 해 외부에 교황 선출 사실을 알린다. 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젖은 밀짚을 태워 검은 연기가 나게 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