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신으로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최홍만 뿐이 아니다.
푸른 눈을 가진 한 격투기 선수가 지난 3일, K-1과 더불어 일본 격투기대회 양대 산맥인 프라이드FC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태극기를 두른 채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 주인공은 바로 데니스 강(27. 스피릿MC).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니스 강은 캐나다와 프랑스의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붙인 그의 별명도 ‘슈퍼 코리안’일 정도.
지난해 초, “14년 전 헤어진 아버지를 찾고 싶다”며 국내 격투기 무대에 뛰어든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줄곧 자신의 몸에는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강조하는 등 투철한 애국심을 보여 왔다.
프라이드FC 진출을 선언한 후,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무사도6‘에 출전한 데니스 강은 일본의 다카히로 노바(29)를 1라운드 4분여 만에 팔 비틀기로 제압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가졌다.
승리가 확정된 후 데니스 강은 국내 팬들에게 약속했듯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쳐 경기장을 찾은 다수의 일본 관중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경기 전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또렷한 한국말로 “일본인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 독도는 한국 땅이다."라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적지에서 일본 선수를 물리친 후 태극기를 꺼내든 것은 자칫 일본 관중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주최 측의 심기를 건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었지만 데니스 강은 이에 개의치 않는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독도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당당히 한국인임을 밝히며 일본 무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데니스 강의 용기와 한국사랑에 뜨거운 갈채를 보내마지 않는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