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4일 오전 열린 첫 추기경 총회가 출발점이었다. 바티칸에 속속 도착한 전 세계 추기경들은 짐을 풀기도 전에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추모 미사 참석과 함께 귀엣말로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다.
▽추기경들 바티칸으로=3일 요제프 라칭거 교황청 신앙교리성성(聖省) 수장이 추기경들에게 예비소집을 통보하면서 차기 교황 선출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
바티칸은 이미 추기경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탈리아 20명 등 유럽 58명, 중남미 21명, 북미 14명, 아시아 11명, 아프리카 11명 등 52개국 117명의 추기경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엄격한 비밀 유지=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비공개 회의인 콘클라베는 교황 사후 15∼20일에 열린다. 콘클라베 기간에 추기경들은 교황청사 인근의 ‘산타 마르타’ 호텔 건물을 숙소로 해 회의 때만 시스티나 성당으로 들어간다.
회의장과 숙소를 오가는 동안 타인과의 접촉은 일절 금지된다. 추기경들은 선거인단 이외의 누구와도 대화하거나 만나서는 안 된다. 외부인과의 통신, 전화, 편지, 언론매체 반입이 금지되고 도청장치 설치 여부도 엄격히 점검한다.
추기경들은 교황 선출법인 ‘주님의 양떼’ 준수와 비밀 엄수를 서약하게 된다.
▽투표 절차=첫날 오후 추기경들이 나이순으로 서약을 한 뒤 비밀 서면투표가 시작된다.
첫날에는 한 번, 다음 날부터는 오전 두 차례, 오후 두 차례씩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계속된다. 사흘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하루를 쉬고 속개해 7회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계속된다.
12일간 30회를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반수 득표로 결정할 수 있으나 가능성은 적다. 20세기 들어 가장 길었던 1922년 투표 때도 5일 동안 14회의 투표로 끝났다.
투표용지를 받은 추기경들은 이름을 적어 반으로 접은 뒤 제단 앞으로 가서 “주님을 증인으로 투표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접시 위에 표를 놓고 접시를 들어 투표함에 표를 넣은 다음 제단에 절하고 돌아온다.
첫 번째 투표는 보통 연배가 높거나 존경하는 인물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일종의 탐색전이다. 진짜 투표는 두 번째부터 이루어지고 투표가 거듭되면서 후보군이 좁혀진다.
▽새 교황 선포=투표 결과는 하루에 두 번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의 색깔로 알린다. 화학약품을 섞어 검은 연기가 올라오면 선출 실패, 흰 연기가 올라오면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표시다. 교황이 선출되면 수락 의사를 확인한 후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교황이 선출되었습니다)”이라고 선포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