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 15개 정도가 만들어지면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한 ‘3불(不)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불정책은 대학의 자의적 학생선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교육부가 고수하는 대표적 대학규제다. 우리는 이런 규제가 계속되는 한 세계적 대학은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본다. 세계적 대학이 15개는 돼야 3불정책을 풀겠다는 말은 ‘절대로 풀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무엇 때문에 세계적 대학이 있어야 하는지부터 묻고 싶다. 지금 대학 구조개혁이 절실한 것은 세계적 대학을 만들어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학생 본인과 사회에 보탬 되는 ‘휴먼 캐피털’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입시에서의 대학 자율성 확대 등 경쟁과 시장원리 도입이 시급하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적했다. 그런데 학생선발에서부터 대학을 묶어놓고 무슨 수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건가.
평소 평준화교육의 문제점을 말해온 김 부총리다. 그가 교육수장이 되자 “본고사를 보면 1, 2개 대학은 우수학생을 뽑겠지만 나머지 대학은 손해를 본다”며 학생수급 문제부터 해소한 뒤 3불정책을 완화하겠다고 한 것은 실망스럽다. 대학과 대학 교직원들의 밥그릇 보호가 국가미래를 이끌 고급인력 양성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민족사관고 학생 등 인재들이 3불정책 때문에 국내진학을 포기한 채 외국으로 떠나고, 대다수 학생들은 연 8조 원의 사교육비를 쓰며 대학에 들어가고도 졸업해서는 취업을 못하며, 기업에선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주요 30개국 중 28위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평가는 이 현실을 입증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수장이 완고한 교육 관료들과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며 3불정책을 고수한다면 굳이 ‘경제통’이 그 자리에 앉을 이유가 없다. 김 부총리는 대학의 피해를 걱정하기 전에 학생들과 미래의 한국이 시들고 있음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