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는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한국의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 투자해 1322억 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이 상품 및 서비스 무역 등을 통해 남긴 경상수지 흑자를 모두 합한 1301억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외국인의 투자수익률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7년 연속 크게 웃돌았다.》
이는 본보 취재팀이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의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년 전에 비해 1214억 달러의 주식 평가 차익 및 달러 환산 이익을 얻었다. 또 배당으로 10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전면 자유화되기 전인 1997년 말 외국인은 61억 달러어치의 국내 상장주식을 보유했고 그 후 7년간 398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더 사들였다.
결국 외국인은 459억 달러를 투자해 1322억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수익률은 288.0%, 연평균 수익률은 41.1%다.
국회는 그동안 재정경제부, 금감원, 증권거래소 등에 외국인 투자 이익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감독 당국은 “1만1000여 개 외국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개인투자자 5000여 명의 거래 기록을 모두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본보 취재팀의 분석 결과에 대해 “정확한 자료 산출이 어려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윤곽은 파악하고 있었다”며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자본시장 전면 개방이 맞물리면서 외국인이 큰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로 환산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의 7년간 투자 이익에서 달러 환산 이익을 빼고 원화 기준으로 평가하면 배당금 12조8455억 원을 포함해 총 128조2153억 원. 1997년 말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10조3580억 원어치였으며 7년간 47조4299억 원어치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를 계산하면 57조7879억 원을 투입해 7년간 총수익률 221.9%를 올린 셈이다. 연평균 수익률은 31.7%.
외국인의 7년간 연간 투자수익률은 최저 ―34.6%(2000년), 최고 184.7%(1999년)였다. 1999년 투자수익률은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62.3%)의 3배에 이른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도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원화 기준으로 외국인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총 6조207억 원을 투입했으나 1조1259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 “금융지식 격차…투자기법 배워야”▼
리캐피털 싱가포르법인 이남우(李南雨)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 국내 투자가들의 주식시장 외면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여력 부족, 외국인의 우수한 투자기법 등이 어우러져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엄청난 투자수익을 거둬간 것은 금융지식 격차로 인해 한국이 지불한 수업료”라면서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기관투자가는 첨단 투자기법을 개발해야 하고 개인투자자들도 기업실적 분석에 근거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