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생계형 신용불량자 지원대책에 따라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한꺼번에 받아내는 2차 배드뱅크 ‘희망모아’가 5월 초 가동된다.
성실하게 빚을 갚겠다는 신불자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을 덜어 주고 상환기간도 7∼8년으로 연장해 줄 계획이다.
일반 신불자를 위한 배드뱅크는 지난해 5월 발족한 ‘한마음금융’이 선배 격. 그러나 한마음금융은 채무자의 연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희망모아 역시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부진하고 신불자들의 호응도 낮아 벌써부터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아지는 한마음금융의 연체율=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 합계 5000만 원 이하의 채무가 있는 신불자 180만 명 가운데 원금의 3%를 미리 내고 8년에 걸쳐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겠다는 조건으로 한마음금융에 채무 재조정을 신청한 신불자는 17만6000여 명.
그러나 한마음금융의 3월 말 현재 연체율은 19%(금액 기준)로 1월 말 16%, 2월 말 18%에 이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신청자 가운데 1만2000여 명은 3개월 이상 연체하면 ‘퇴출’된다는 약정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마음금융 관계자는 “신청자가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이 초기에는 월평균 10만∼20만 원이지만 매달 조금씩 늘어나는 구조여서 연체율이 50%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희망모아는 다를까=희망모아에 대한 전망은 한마음금융보다 더 비관적이다. 한마음금융 때는 620개 금융회사가 참여(부실채권 매각)했지만 이번엔 45개에 그친다.
희망모아가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가격이 채권금액의 평균 4.08%에 불과하기 때문. 이는 한마음금융의 평균 매입가격(7.9%)에 못 미치는 것이다.
단위 농협과 신용협동조합 등은 모두 참여를 거부했다. 상호저축은행도 112개사 가운데 5개사만 참여한다.
한마음금융과는 달리 따로 신청을 받지 않고 신불자의 자활의지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채무 재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연체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희망모아의 채무 재조정 대상은 100만 명, 이들의 채무는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임병철(林炳喆) 연구위원은 “2차 배드뱅크를 통해 신불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활의지가 있는 신불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배드뱅크: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이나 부실자산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도록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 채무자에게는 여러 금융회사에 걸쳐 있는 채무의 창구가 단일화되는 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