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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조기 게양’ 시끌 시끌…좌파 “정교분리 전통깼다”

입력 | 2005-04-05 18:30:00


교황 서거를 추모해 조기 게양을 지시한 프랑스 정부가 “세속주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 총리실은 2일 전국 관공서와 학교에 24시간 동안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좌파를 중심으로 반대론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 온 프랑스의 오랜 전통을 깼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지방의 시장들은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올해는 정교 분리를 명시한 법이 시행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논쟁은 더욱 거세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법을 새로 만들어 학교에서 이슬람 여학생의 히잡(머리수건)이나 유대인 남학생의 모자 등 종교 상징물의 착용을 엄격하게 금지했기 때문에 조기 게양은 형평에 어긋난 처사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3일에는 이 문제로 TV토론회까지 열렸다. 파리의 문화 담당 부시장은 TV에 출연해 “관공서와 학교 앞에는 ‘자유 평등 박애’라고 씌어 있지 ‘가톨릭 프랑스’라고 씌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프랑수아 코페 정부 대변인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평화를 상징하는 예외적인 인물이므로 조기 게양은 단지 경의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