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이 잿더미로관동팔경의 하나인 ‘천년 고찰’ 낙산사가 순식간에 화마에 뒤덮였다. 5일 강원 양양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낙산사의 원통보전이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 내렸다. 시뻘건 불더미 뒤로 불에 그을린 7층석탑이 보인다. 양양=변영욱 기자
식목일인 5일 강원 양양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나 관동팔경의 하나인 ‘천년 고찰’ 낙산사가 거의 전소되고 귀중한 문화재가 소실되는 큰 피해가 났다.
6일 새벽 산불이 강풍을 타고 설악산과 4, 5km 떨어진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물갑리 방면으로 확산돼 비상이 걸렸다. 소방당국은 불이 설악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1450명의 야간 진화대 인력과 소방차 40대 등을 산불발생 지역에 집중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5일 강원 고성군, 충남 서산시, 경북 예천군, 충북 제천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23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양양지역의 불은 4일 오후 11시 50분경 양양읍 화일리와 강현면 물갑리를 잇는 도로변 야산에서 발생해 전역으로 번졌다.
이에 따라 재난사태 선포와 함께 긴급 주민대피령이 내려져 주민과 관광객 등 3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불로 가옥 160채 등 건물 232개 동과 산림 180ha가 탔으며 불을 끄던 소방차 2대도 소실됐다.
불길은 5일 오전 11시 20분경 일시 잡혔다가 강한 바람으로 오후 3시경 잔불이 살아나 낙산사 주변 소나무숲으로 옮아붙으면서 일주문을 태운 뒤 낙산사로 번졌다.
이 불로 낙산사 경내 원통보전(圓通寶殿·관세음보살을 모신 사찰의 중심 건물)과 승려들의 숙소인 요사채 등 대부분의 목조건물이 전소됐다.
해수관음상과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이 있는 동종각 등 모두 21개의 건물과 불상이 불에 탔다. 바닷가에 위치한 의상대와 홍련암은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또 불이 낙산사 인근의 낙산비치호텔 앞까지 번지는 바람에 호텔 투숙객 30여 명과 직원 6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불길 때문에 국도7호선 양양 연창삼거리∼설악산입구까지 20km 구간의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돼 인근 지역에서 교통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원 고성군 비무장지대에서도 일주일째 산불이 계속되면서 계속 남하해 5일 현재 30ha의 임야가 소실된 채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소방방재청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발생한 불로 약 240ha의 임야가 탔으며 116가구 37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양양=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