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후 10년간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521건으로 피해 면적은 2만7000여ha이다. 이는 이 기간 전국의 산불 피해면적 4만2500여ha의 60%가 넘는다.
강원지역 산불은 주로 동해안 쪽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처럼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산불이 잦고 피해 규모도 큰 이유는 뭘까.
5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지역은 3∼6월 태백산맥을 넘어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는 ‘푄(높새)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눈이나 비가 내려도 땅이 금방 건조해진다. 또 백두대간에서 해안까지의 지형이 가파른 편이라 물기를 오래 머금지 못해 산불에 취약하다.
특히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봄철에 초속 15m가 넘는 강풍인 속칭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분다. 이 바람은 세기도 강하지만 풍향도 수시로 바뀌어 작은 불이라도 나면 헬기 등 산불진화장비의 접근이 쉽지 않다. 그만큼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불이 난 양양 등 동해안에는 4일 오후 7시부터 강풍주의보(10분간 평균풍속이 초속 14m 이상이거나 순간풍속이 초속 20m 이상일 때)가 발효됐다. 5일 새벽에는 순간최대풍속이 양양과 대관령 일대 초속 26m, 속초 21m, 진부령 19.5m, 강릉 16.2m 등으로 전날보다 더 강해져 이날 오후 5시부터는 강풍주의보가 강풍경보로 바뀌었다.
기상청은 강원지역에 7일 낮까지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00년 4월 7일 강원 삼척, 동해, 강릉과 경북 울진군 일대에서 발생해 2만3448ha의 임야를 태운 사상 최대의 동해안 산불이 났을 때에도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27m에 이르는 강풍이 몰아쳤다.
동해안 일대에 불이 붙기 쉬운 소나무 산림이 많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나무의 송진은 인화력이 강하다.
결국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험난한 지형, 내화성(耐火性)이 약한 산림 등이 강원 동해안 지역에 산불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