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용 역사교과서를 펴낸 8개 출판사는 5일 검정 합격 발표와 동시에 사실상 8월 말 채택 시한까지 ‘판촉전’에 들어갔다.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을 둘러싸고 일본 내 찬반 세력 양측은 국회의원, 지자체 의원과 의회, 관료,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와 언론매체 등 우호세력을 모두 동원해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채택 전망=“4년 뒤 반드시 승리해 복수하겠다.” 2001년 가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측은 이렇게 다짐했다. 당초 10%를 자신했지만 바른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저항으로 채택률은 0.039%(학생 수 기준)에 그친 탓이다.
새역모 측은 올해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방자치 단위인 각 도도부현(都道府縣) 교육위에 자파 세력을 침투시키는 데 성공한 데에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후소샤 교과서 채택 중학교는 2001년 이후 조금씩 늘어 2004년 말 현재 전체 1만2200여 개교 126만여 명의 학생 가운데 19개교 1200명(0.1%)으로 늘어났다.
▽찬반운동 시동=새역모 측은 10일 도쿄(東京)에서 ‘일본은 역사교과서에서부터 바로 선다-안녕, 반일(反日)’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을 연다. 앞으로 전국 순회강연을 통해 ‘애국심’에 호소하며 후소샤 교과서 채택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새역모는 4년 전 아사히신문 등 언론의 비판이 참패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판단해 최근 각 언론사에 “정치 조직에 이용되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며 언론사 압박에 나섰다. 또 우호세력을 이용해 나라(奈良) 이시카와(石川) 가나가와(神奈川) 구마모토(熊本) 현 의회에서 ‘과격파 간섭 배제’ ‘공정한 채택’ 등을 요구하는 청원을 채택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에 앞장서서 반대해 온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 등 시민단체들은 5일 후소샤 교과서 채택 반대운동 개시를 선언했다. 교육 현장에 영향력이 큰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도 교과서 선정시 교사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후소샤 교과서 채택을 적극 저지한다는 전략이다. 또 역사 왜곡에 앞장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나 광역지자체 교육위 등의 압력을 철저히 견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4년 전과 다른 일본 사회의 이상 기류도 감지된다. 일본과 한중 사이에 영토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반인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역사교과서 공격을 일본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새역모와 국수주의 측이 노린 ‘영토 문제 촉발→한국과 중국의 반일 시위→일본 국민 반발 조장→역사왜곡 교과서 확장’이라는 수순이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