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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社 내달 64비트용 운영체제(OS) 출시…‘386 전성시대’ 끝

입력 | 2005-04-06 04:04:00


‘386시대’가 물러가고 있다.

여기서 386은 1985년 인텔이 발표한 80386 칩을 뜻한다. 32비트(b)급 중앙처리장치(CPU)의 첫 제품이다.

386이 등장하면서 막이 올랐던 32b 체제가 꼭 20년 만에 64b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인텔은 올해 2월 64b CPU인 ‘펜티엄4 6xx’를 처음 선보였다. 이에 맞춰 마이크로소프트(MS)도 다음 달 64b용 운영체제(OS)인 ‘윈도XP 64b 에디션’을 내놓는다.

세계 PC시장을 쥐고 흔드는 ‘윈텔(윈도+인텔)’ 진영이 공식적으로 64b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CPU가 PC 성능을 좌우=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두뇌’인 CPU. CPU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PC의 성능이 좌우된다.

8b, 16b, 32b는 CPU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의미한다.

인텔이 1978년 내놓은 8086은 8b였고 1982년 선보인 80286은 16b 제품. 386은 32b의 첫 제품이었고 이후 나온 486(80486)과 펜티엄도 처리 속도는 빨라졌지만 모두 32b다.

32b CPU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의 32승 개인 데 비해 64b는 2의 64승 개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64b 시대=지난달 선보인 델의 ‘디멘션 4700’은 인텔의 64b CPU를 채택했다. 델에 따르면 계산 속도가 6∼7% 향상됐다. 복잡한 수식 계산이나 컴퓨터 설계(CAD), 3차원 게임을 할 때는 64b CPU가 도움이 되지만 일반적인 사무용 프로그램을 활용할 때는 속도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CPU뿐 아니라 OS와 주변기기도 64b에 맞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2차선에서 8차선으로 늘어도 톨게이트나 인터체인지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차선 확대 효과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델의 김상엽 과장은 “64b 관련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가 널리 보급되려면 올해 말은 되어야 한다”며 “일반 사용자는 그때쯤 구입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PC 산업에 볕들까=2003년 미국 AMD에서 64b용 CPU를 먼저 내놓았다. 당시 인텔은 “개인이 쓰는 컴퓨터에 64b CPU는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2년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3차원 게임 등의 그래픽이 화려해지면서 PC에도 64b 제품이 필요하게 된 것.

전문가들은 64b PC의 등장으로 PC 시장에 활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PC 보급률이 60%를 넘어서면서 2000년 이후 세계 PC시장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정체됐다. 시장이 포화된 영향도 있지만 윈도XP 이후 눈에 띄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선보이지 않은 탓도 컸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민석 차장은 “64b PC는 ‘제2의 PC 붐’을 몰고 올 게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64b CPU 덕분에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32b 체제에선 CPU가 관리할 수 있는 메모리가 최대 4기가바이트(GB)였지만 64b로 되면 이론상으로 1800만 테라바이트(TB)로 늘어난다.

현재 PC에 쓰이는 메모리는 512메가바이트(MB) 수준. 관련 업계에선 내년에 1GB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