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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 외교차관-다카노 日대사 ‘교과서 설전’

입력 | 2005-04-06 18:46:00


이태식(李泰植) 외교통상부 차관과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가 6일 독도 및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날이 선 설전을 벌였다.

외교부는 45분간에 걸친 이 차관과 다카노 대사의 대화 내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이 차관은 먼저 미래 세대에 대한 올바른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 △일본군위안부 언급 배제 △신라와 조선의 중국에 대한 조공 표현 등 교과서 왜곡 내용을 조목조목 문제 삼았다.

이어 이 차관은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일본 교과서의 기술이 검정을 거치면서 개악된 과정에 일본 정부의 개입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즉시 삭제할 것’, ‘용납하지 않을 것’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했다.

이에 다카노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정확히 전달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독도에 관한 기술은 출판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며 구체적 기술 여부는 편집자가 결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일본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한 일본 언론 보도를 거론하면서 믿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다카노 대사가 “일본 정부는 교과서의 독도 기술을 통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자, 이 차관은 “한국 정부는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도를 시마네(島根) 현에 편입한 역사적 경위를 문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설전이 계속됐다. 다카노 대사는 “일본 교과서 검정 과정은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엄정하게 실시되고 있다. 국가가 특정한 역사 인식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민간 출판사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인식은 1995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처럼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일본 측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대응을 거듭 촉구한다”며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