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현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투자의혹을 조사 중인 감사원의 오정희 사무총장이 이례적으로 ‘중간발표’를 했다. 그는 어제, 이 투자와 관련해 ‘철도청이 이광재 의원을 이용하려 했다’는 요지의 설명을 하고 나섰다. 오 총장은 “작년 10월과 11월 철도청의 신광순 청장이 한국크루드오일(KCO) 허문석 대표와 함께 이 의원을 찾아가 석유개발기금을 융자받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감사 도중에 이런 ‘해명 대행역’을 하는 감사원의 모습은 생소하다.
유전개발과는 무관한 철도청의 최고책임자가, 투자가 부적절한 사업을 가지고, 권력 실세(實勢) 소리를 듣는 정치인을 찾아가, 융자 압력을 넣어달라고 했다는 얘기다. 청탁을 죄악시하는 현 정권 아래서 이런 일이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경제적 타당성도, 사업주체의 적절성도 없는 사업이 일사천리로 계약된 과정이나, 신용불량자가 지분 참여한 KCO에 은행이 간단하게 융자를 해준 경위를 볼 때 ‘의문’을 갖는 것이 정상 아닌가. 사업 추진의 중심에 있었던 허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미루어 출국하게 방치한 것도 감사원의 실책이다. 허씨는 이 의원 및 이 의원의 후원회장이자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이기도 했던 이기명씨와 교분이 있는 사람이다.
이 사건을 철도청이 계약금 620만 달러를 떼이게 된 단순한 투자실패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전개발은 세계굴지의 정유회사들도 성공률이 10%를 넘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이다. 유전개발 전문 공기업인 석유공사와 민간기업인 ㈜SK가 뿌리친 사업을 철도청이 추진하도록 한 ‘힘’의 실체가 오리무중이다. 감사원에 진상 밝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