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福將)이 따로 없다. 벌써 ‘리틀 김응룡’이란 얘기도 나온다. 삼성 새내기 선동렬(사진)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선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만 해도 가시방석이었다. 취임 일성으로 ‘지키는 야구’를 표방했지만 윤석환 지승민이 병풍(兵風)에 떨어져나가고 권혁이 부상으로 빠진 불펜이 영 못 미더웠다.
이런 삼성을 두고 한국판 뉴욕 양키스니 레알 마드리드니 하면서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선수 시절 ‘국보’로까지 불렸던 터인데 사령탑으로선 실패한다면…. 독감까지 겹치면서 마음속까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삼성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2일 롯데와의 1차전에선 배영수가 개막전 사상 첫 무4사구 완봉승을, 3일 2차전에선 심정수가 1회 역전 만루홈런을, 5일 LG와의 3차전에선 김한수가 4타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쳐 손쉽게 3연승을 줄달음쳤다.
경기가 일방적이다 보니 감독이 불펜을 기웃거리며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었다. LG전이 고비였지만 졌다고 생각한 경기가 8회 2사 후 은근슬쩍 주자가 모이더니 안타 2방으로 뒤집어졌다.
선 감독이 자주 선수 교체를 하거나 작전을 건 흔적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3경기에서 막판 대주자 4명이 나왔지만 대타는 두 번밖에 쓰지 않았다. 도루는 불과 1개.
반면 홈런은 경기당 2개인 6개가 터졌다. 팀 평균자책 2.00으로 역시 선두, 팀 타율은 0.346으로 두산(0.363)에 이어 2위다.
시즌 초 4인 로테이션을 계획했다가 배영수가 조모상을 당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5선발을 준비했지만 6일 LG전이 비로 취소돼 여유가 생긴 것도 행운. 지장, 맹장, 덕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복장의 반열에 올라선 선 감독. 그는 “선수들이 잘해 이겼지 감독이 뭐 한 게 있느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6일 사직에선 현대가 신인 선발 손승락을 앞세워 롯데에 9-2로 대승하며 뒤늦게 첫 승을 신고했다. 손승락은 7회까지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6안타 2실점으로 호투. 잠실(LG-삼성), 문학(SK-기아), 대전(한화-두산)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