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가칭 ‘동북아정책과’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 균형자’론에 맞춰 대외 군사협력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이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최근 한미 동맹보다 한중 관계를 더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것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윤 장관은 4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이 누구보다 한반도 평화안정을 바라는 만큼 한중 군사교류를 한일 수준만큼 강화하겠다” “중국을 이용해 한반도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며 ‘중국 예찬론’을 폈다.
그는 반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삭감에 주한미군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선 “재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한미 관계가 원만치 않은 시기에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과 교류를 강화할 경우 미국이 한미 동맹과 한국의 안보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한미 동맹의 균열이 커질 경우 한국은 동북아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고립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의 혈맹인 중국의 ‘속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중국에 군사적으로 접근하려면 신중하게 제반 여건을 따져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군사적으론 아직 먼 나라다. 지난달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2001년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최근 10년간 실무급 회담도 수차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을 중시하듯 중국도 군사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국방부는 러시아와는 첨단무기 분야에서의 군사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국방부는 러시아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경협차관(약 13억 달러)의 일부를 무기 대신 무기 개발 기술로 돌려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의 군사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어느 경우에도 한미 동맹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세기 동안 동북아지역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인정받은 배경은 굳건한 한미 동맹 때문이었다”며 “한미 동맹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동북아균형론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