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의 명성이 기업 명성(Corporate Reputation)을 좌우한다.” 2002년 미국 엔론사(社)와의 회계부정에 연루된 메릴린치는 월가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의 평판이 나빠지면서 회사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월가에선 “메릴린치는 윤리적인 면에서 라스베이거스 도박꾼이나 마피아와 다를 바 없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외부 평판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메릴린치는 200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 손실을 봐야 했다.》
LG경제연구원은 7일 발간한 ‘CEO 리포트’에서 CEO의 명성이 기업명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어떤 사람이 CEO로 발탁됐는지, CEO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기업 이미지가 바뀌고 주가도 춤을 춘다는 것. 실제로 미국 애널리스트 가운데 95%는 고객에게 투자를 추천할 때 CEO의 명성을 꼽는다고 한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BIT 2005’ 행사에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회장과 델의 케빈 롤린스 회장 등 유명 기업의 CEO들이 대거 출동해 자사 제품을 홍보한 것도 이 같은 맥락. 인텔의 앤디 그로브 전 회장은 펜티엄 프로세스 전시회에서 직접 우주복을 입고 나와 춤을 추는 ‘용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기업 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CEO들이 대외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문과 방송 등 영향력 있는 언론을 통해 기업 투자자홍보(IR) 활동에 직접 나서고 해외 출장 땐 현지 사업장만 둘러보는 데 그치지 말고 현지 언론을 통해 기업을 알리라는 주문이다.
또 단기적인 경영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 주가를 2배 이상 올리는 등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고서도 여성임원과의 스캔들로 퇴임 당한 보잉사의 해리 스톤사이퍼 회장과 보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지만 회계 부정에 연루돼 낙마한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은 실적에만 집착하다 실패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