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들이 후소샤(扶桑社)판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 후소샤 측은 신문 기고를 통해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고, 역사관련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상도 은근히 후소샤 교과서를 편들었다.
일본 수도권 사이타마 현의 시민단체인 ‘교육과 자치 사이타마 네트워크’는 7일 교육위원회를 방문해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전직 부회장이자 후소샤 교과서의 감수자인 다카하시 시로(高橋史朗) 메이세이대 교수를 교육위원으로 임명한 데 대해 항의했다. 일본 전체 중학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립 중학교의 교과서 채택권은 해당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갖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우익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교육위원에 임명한 것은 왜곡된 교과서를 채택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교육장은 다카하시 씨가 교과서 채택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후소샤 측은 이날 산케이신문 기고에서 “아사히신문이 사설에서 후소샤 교과서가 균형을 결여했다고 비판한 것은 특정 교과서의 채택을 방해하려는 행동”이라며 교과서 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나카야마 문부상은 국회 답변에서 후소샤 교과서가 태평양전쟁으로 아시아인들이 희생된 사실을 기술한 점을 예시하며 “매우 균형 있지 않은가”라고 두둔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달 중 전국 순회강연회 등을 열어 후소샤 교과서의 역사왜곡 실태를 폭로하고 학부모들의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지만 우익세력도 후소샤 지원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공방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공민교과서 중 3종이 독도를 ‘일본 땅’으로 기술함에 따라 다른 출판사들도 수정 과정에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경쟁업체 교과서에 독도 관련 기술이 있는 만큼 이를 빼놓으면 나중에 채택 단계에서 불리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부성 측은 “다른 출판사들로부터 (독도에 관한) 수정 신청이 들어오면 내용을 분석해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막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