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경혜 씨가 전시회에 내놓을 자신의 선화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13일부터 ‘선화(禪畵·마음 속의 수행의 경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 작품전을 여는 한국화가 한경혜(韓鏡惠·30) 씨는 “내 존재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현재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갓 돌이 지났을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아온 4급 장애인.
한 씨는 자신의 삶에 2명의 은인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와 성철 스님이다. 7세 되던 해 뇌성마비가 악화돼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딸에게 어머니는 “그래도 죽기 전에 참회라는 것을 해보자”며 성철 스님에게 데리고 갔다.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 꼬마에게 스님은 “살고 싶으면 하루에 천 배씩 꼭 하라”고만 말했다. 그날 이래 그는 23년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천 배를 수행하고 있다. 그 끈질긴 절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신기하게도 절을 하고부터 몸이 조금씩 좋아졌어요. 딱딱하게 굳어있던 팔다리도 풀리고….”
몸만 나아진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머리도 좋아졌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고졸 검정시험에 합격했고 지난해에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2번의 특선과 6번의 입선을 했고, 2000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다녀왔다.
그는 “절은 온몸을 낮출 뿐 아니라 마음도 낮추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1996년과 1997년에는 목숨을 건 ‘만 배 백일기도’에 성공하기도 했다.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할 정도의 극한 체험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부처’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체험했던 절 수련 이야기를 묶어 ‘오체투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작가의 집’을 열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외국인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 씨는 이번 작품전 이름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로 지었다. 13∼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갤러리에서 열린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