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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외교 “日 독도영유권 주장 용납 못해”

입력 | 2005-04-07 18:37:00

엇갈린 시선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오른쪽)이 서로 얼굴을 돌린 채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반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



한국과 일본 외교관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을 둘러싼 양국의 외교 갈등이 본격적인 외교전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아시아협력대화(ACD)에 참석 중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일본 공민교과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보통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는 공개 모두발언에서부터 “오늘처럼 한일 관계가 안 좋고 유쾌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나 유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기술이 일본 정부의 의도로 개악된 사실이 드러나 미래협력 관계를 위한 의지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외교장관으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우리 국민은 크게 분노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외교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대립이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반 장관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마치무라 외상은 잔뜩 얼굴이 굳어지면서 “나도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양국 장래를 위해 좋지 않다는 위기감을 반 장관과 공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한국 국민의 마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갖고 임하겠다. 한국 국민의 과거사에 대한 심정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한일은 맞붙었다.

최혁(崔革)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강제 동원과 군 위안부 같은 심각한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그러나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는 이런 사실을 왜곡하거나 삭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사는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전부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이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수치로 남을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소바시마 히데노부(側嶋秀展) 일본 대표는 “일본은 그동안 역대 총리와 관방장관의 공식 성명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유감을 밝혀 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최 대사는 재반론을 통해 “일본 정부는 군 위안부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인권침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삭제한 역사교과서를 승인함으로써 우리를 또다시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앞으로 각종 국제기구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적극 제기할 방침이어서 이 같은 충돌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