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존 퍼킨스 지음·김현정 옮김/371쪽·1만5000원·황금가지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는 세계의 수많은 나라를 속여 막대한 돈을 털어내고 그 대가로 고액 연봉을 받는 미국 거대 기업의 전문가를 가리킨다. 실제로 저자는 1971년부터 10년간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파나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서 경제 저격수로 활동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국제컨설팅회사의 직원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돕는 전문가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훈련을 받고 이권이 걸린 나라를 찾아가 해당 국가의 국부를 미국 기업이 털도록 공작을 벌였다.
경제 저격수들은 표적이 된 국가에 들어가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예측하고 이에 따라 기간산업 개발계획을 수립한다. 심지어 미국에서 차관을 도입하도록 정·재계 요인들을 매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발사업 계약을 따내는 것은 벡텔 핼리버튼 제너럴일렉트릭 등 미국의 거대 기업이다.
인도네시아 전력개발사업, 석유파동, 파나마운하 소유권 재협상 등 저자가 개입한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미국 대기업의 음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