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영결미사(장례식)가 엄수된 8일 바티칸시티와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참배객의 물결로 넘쳐났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전 세계의 정치 종교 지도자와 추모객 400여만 명은 경건한 마음으로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사상 최대의 장례식=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국가 정상급 인사 200여 명도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등도 참석했다. 400여만 명에 이르는 평신도 참배객 규모도 단일 장례식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
또 교황청은 1500여 석에 이르는 각국 조문단 대표 자리 배정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현안 등으로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악의 축’ 국가 중 하나로 지칭한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과 멀리 떨어져 앉았다. 이스라엘 대표도 중동국가 대표들과 먼 거리를 유지했다.
교황청은 이를 위해 프랑스어 국가명 순서로 좌석을 배치했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한국 정부의 민관 합동 조문사절단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한국 조문단은 이 총리를 비롯해 한승수(韓昇洙) 전 외교통상부 장관, 작가 박완서(朴婉緖) 씨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영결미사 안팎=영결미사를 집전한 추기경들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미사 집전 추기경단 의장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독일 출신으로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콘클라베)에서도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그를 차기 교황 후보로 꼽는 바티칸 전문가들도 있다.
영결미사가 진행된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또 수많은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JPⅡ(John Paul Ⅱ)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교황 즉위(1978년 10월) 이후 태어났다. 이들은 ‘세계 청년의 날’을 만들 정도로 젊은 세대에 관심이 많았던 교황을 기리기 위해 광장에서 철야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JPⅡ세대는 피임, 혼전섹스, 동성애 등 민감한 문제에서 교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 이탈리아의 18세 소녀인 라우라 양은 “교황 얼굴을 1초간 보기 위해 수십 시간을 기다렸을 정도를 그를 존경하지만 피임에 관한 그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1세기형 애도=교황이 생전에 직접 컴퓨터를 다루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일부 신도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블로그 등 21세기형 기술을 사용해 교황을 애도했다.
교황 서거 직후부터 세계 각국의 인터넷망에는 교황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가상 성당’이 뜨기 시작했다. 또 MTV 이탈리아 등의 방송들은 문자메시지로 시청자에게 교황과 바티칸 관련 소식을 시시각각 내보냈다. 또 위성으로 중계된 영결미사에 함께 참여하는 열기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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