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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찰, 反日시위대 사실상 방관

입력 | 2005-04-10 18:36:00


중국인들의 반일(反日)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중일 양국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과 댜오위(釣魚) 섬 영유권 분쟁 등으로 촉발된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본격적인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베이징(北京) 시위=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 등의 학생 수백 명은 9일 오전 8시 톈안먼(天安門)사태 때 출정식을 가졌던 베이징대 구내 싼자오디(三角地)에 모여 일본 규탄집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오전 10시경 학교에서 약 2km 떨어진 중관춘(中關村)으로 진출했고 일반 시민들도 가세해 시위대는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 타도하자” “일본 상품 사지 말자”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때 일본 전자상품 판매점 진입을 시도했고 상인들은 서둘러 일본 상품들을 진열대에서 치웠다.

시위대는 오후 2시경 차오양(朝陽)구 르탄(日壇)로의 일본대사관과 량마허(亮馬河)로의 일본대사관저로 출발했다. 20여 km를 도보로 행진하는 동안 2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과 관저에 돌, 토마토, 계란 등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에서 일본인 학생 2명이 중국 손님들이 던진 맥주잔과 재떨이로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10일 밝혔다. 중국인들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를 물었고 학생들이 일본인이라고 밝히자 공격을 가했다고 외무성은 전했다.

▽전국으로 확산=광저우(廣州) 시민 1만여 명은 10일 오전 10시부터 붉은색 상의와 붉은색 머리띠를 한 채 톈허(天河)구의 톈허체육관 앞에서 일본 총영사관까지 가두시위를 벌인 뒤 일장기와 일본 상품을 불태웠다.

이들은 또 가두행진 도중 일본 식당에 계란을 던지고 식당 간판을 부쉈으며 일부는 거리에 세워진 일제 차량을 전복시키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시위대는 국기인 오성홍기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와 일본 상품 불매 구호를 외쳤다.

선전(深(수,천))에서도 1만여 명이 상업지구인 화창(華强)북로 등지에서 일본계 백화점을 에워싼 채 일본의 역사 왜곡과 댜오위 섬 영유권 주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선 시민들이 “앞으로 한 달간 일본 상품을 사지 말자.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주변 사람 20명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본격적인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불붙은 것.

▽양국 외교전=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10일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에 앞서 9일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대사는 차오쭝화이(喬宗淮)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면담하고 중국 거주 일본인들과 기업의 보호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양동(陽動)작전’을 펴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차오쭝화이 부부장이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시위대들에 과격 행동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10일엔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현재의 사태는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측의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경찰도 시위대를 진압하기보다 질서 유지에만 치중해 시위대를 방임하는 듯한 태도였다.

관측통들은 “정부는 대외적으로 냉정하게 처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시위를 묵인하고 있다”며 “향후 국민 여론을 명분으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또 시위가 민주화 요구 등으로 성격이 변하는 조짐을 보일 경우 중앙정부와 군의 즉각적인 개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