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네 마리 용의 시대는 가고, 중국과 인도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말했다. 한국 경제가 10년 안에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와 러시아에도 뒤질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우려와 맥이 닿는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7일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각각 8∼10%, 6∼7%의 성장을 기록하며 세계 힘의 축을 바꿔 놓을 것”이라며 “아시아 4룡은 이제 세계를 변화시킬 만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과 이를 추격 중인 인도가 경제대국이 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 경제지도의 지각변동에 대처하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모습은 한참 다르다.
싱가포르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의 기업과 연구소, 은행을 사들이고 인도 기업을 싱가포르에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하며 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187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휴대전화 핵심부품의 43%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은 전체의 25%, 수입은 34%나 된다.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국가인 것이다. 한국을 둘러싼 외국자본의 흐름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가 갖는 복잡성을 감안하면 한미동맹 이완과 안보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싱가포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분배우선, 과거청산, 자주외교 등으로 논란을 일으킬 동안 싱가포르는 성장위주, 미래지향, 실리외교를 펼쳐 왔다. 그 결과가 지난해 싱가포르는 8.3%, 한국은 4.6%라는 성장률에 반영됐다.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도 한국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리콴유의 4룡 한계론은 한룡(韓龍)에만 적용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