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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양계장 분쇄기로 갈아 닭 모이로…"

입력 | 2005-04-11 14:59:00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동아일보 DB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전신) 부장은 중앙정보부의 암살 실행조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프랑스 파리의 한 양계장 분쇄기에 갈아져 닭 모이로 처리됐다.”

25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김형욱 실종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고 ‘시사저널’이 인터넷판으로 11일 보도했다.

‘시서저널’은 김 전 부장을 처치했다고 밝힌 중장정보부 특수 비선 공작원 이모씨에게 당시 상황 일체를 들었다고 전했다.

공작원 이씨는 당시 이스라엔 정보기관 모사드에 파견돼 특수 암살 훈련을 받은 곽모씨와 한 조가 돼 1979년 10월7일 밤 파리 시내의 한 카지노 근처 레스토랑에서 김 전 부장을 납치했다.

김 전 부장은 한국 여배우와 만나기로 약속한 레스토랑 입구에서 납치됐다. 캐딜락 승용차 안에서 김 전 부장을 마취시킨 이씨 등은 밤 11시께 파리시 서북 방향 외곽 4km 떨어진 외딴 양계장으로 가서 분쇄기에 그를 집어넣었다.

이씨는 “프랑스 정보기관은 세계 제2의 정보력을 자랑하는데 그런 기관에 발각되지 않고 완전무결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며 “암살이야 어떤 방법으로든 할 수 있지만 흔적을 남기면 국가가 곤란해지는 일이라, 프랑스 경찰과 정보 당국의 추적을 피할 방법으로 양계장 분쇄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현장 사진이나 다른 뚜렷한 물증이 없어서 이씨의 주장이 100%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해외 파트에 근무했던 일부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특수 활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자세한 사실을 알기 어렵다”고 이씨 말의 신빙성을 인정했다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또 김 전 부장의 회고록을 집필하던 김경재 전 의원은 지금까지 김 전 부장이 (여배우) OOO씨와 만나 즐기기 위해 보디가드 없이 미국에서 파리로 갔다가 실종됐다고 주장해왔다.

이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거 공작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는 묻지말라. 박 대통령이 ‘그놈 못쓰겠더라’고 하면 밑에 사람은 당연히 ‘각하 안심하십시오.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습니다.’하는 것이 원칙 아니겠는가. 누가 지시하고 의논하고 보고받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교도관이 사형수를 처형해도 기분이 불쾌한 일인데, 인간을 그렇게 처리한 내 기분이 좋았겠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신념으로 행동했다”면서 “언젠가 조사받으면 진실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부끄럽지 않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김형욱 암살 실행조 이모씨와 가진 일문일답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