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대회에서 심판들이 조직적으로 승부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11일 “26일 개막하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북지역 예선에서 심판에 의해 조직적으로 승부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 5명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며 “13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KBS는 10일 저녁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취재파일 4321’을 통해 대통령배 경북지역 예선에서 한 경기가 열리기 전 심판장이 주심에게 승부 조작을 지시하는 내용을 녹취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심판장 A 씨는 심판실에서 주심 B 씨에게 “A 팀에 신경 써, 3회까지 가 보란 말이야. 만약 B 팀이 점수를 많이 따버리면 그때부터 똑바로 보면 돼”라고 말했고 이에 B 씨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경기에선 A 팀이 큰 점수차로 승리했다.
승부 조작은 승부의 결정적 고비에서 스트라이크를 볼로 처리해 볼넷으로 선수를 진루시키거나 파울을 페어볼로 잡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야구협회 심판 경력 15년의 김모 씨는 “심판장이 협회장 지시라면서 특정 학교를 밀어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규석 야구협회 심판이사는 “방송 내용이 승부 조작의 증거로 충분하기 때문에 관련자들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