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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용관]상처뿐인 ‘오일게이트’ 감사원 감사

입력 | 2005-04-11 18:05:00


“상처만 남았다.”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투자 의혹 사건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11일 이렇게 토로했다.

“감사원이 미적대고 있다” “예단을 갖고 있다”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의 심기도 편치 않다는 전언이다. 전 원장의 질책 탓인지 요즘 감사원 간부들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을 때가 적지 않다.

심지어 청와대가 직접 “감사원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 검찰에 의뢰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혀 감사원을 머쓱케 하기도 했다. 감사원 측은 “청와대 회의에서 논의됐을 뿐이지 지시는 아니다”고 자위하고 있지만 감사원의 권위는 이미 곤두박질친 셈이다.

문제는 “어떠한 예단도 갖고 있지 않다”는 감사원측의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불신을 감사원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 부분만 해도 감사원 측은 “이 의원이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시종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이 의원이 철도청 간부들의 지원 요청을 받고 ‘철도청도 유전사업을 하느냐’며 핀잔을 줬다”고 엄호(?)까지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첩보를 처음 입수한 게 지난해 11월이었고, 당시 ‘이 의원 연루설’도 입수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감사원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다.

감사원은 민간인 조사를 끝으로 조만간 감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깔끔한 종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핵심 관련자인 하이랜드 대표 전대월(全大月)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 허문석(許文錫)씨도 인도네시아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법에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됐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된 지위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성역을 두지 말고 진상 규명에 더욱 매진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