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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개발 투자 미스터리]與圈 실세들 개입說 진실은

입력 | 2005-04-11 18:45:00


‘실세(實勢)’ ‘유전’ ‘사기사건’.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유전개발의혹 스캔들이 갖는 흥행요소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관계없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번 사건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다. 바로 ‘집권 중반기 증후군’이다. 집권 중반기로 들어서면 여권 실세와 관련된 사건이 터져 나오고, 그것이 권력의 이완으로 직결되곤 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권 실세’가 개입했다면 누구?=이전까지의 여권 관련 사건은 모두 2002년 대선자금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에 발생한 것이란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여권 실세’가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면 여권으로서는 과거 사건과는 또 다른 심각한 타격을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철도청 내부 회의록에 이광재(李光宰) 의원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이 들어 있는 것을 포함해 사건에 여권 실세가 개입한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철도청 측은) 내가 뒤를 봐 주는 것으로 알았다가, 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2주일 후에 계약을 급하게 파기했다”고 말했다. 본인의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말이지만, 철도청 측이 여권 실세가 뒤를 봐 주는 것으로 인식할 만한 ‘모종의 사전 작용’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철도청 측에 이 같은 인식을 심어줄 만한 ‘여권 실세’로 한나라당은 이 의원 외에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 씨를 주목하고 있다. 이 씨는 이번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인 허문석(許文錫) 한국크루드오일(KOC) 대표의 고교 동창으로, 허 씨에게 이 의원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이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이런 관계를 아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 씨를 이 의원과 동일선상의 인물로 간주했을 개연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누군가 나를 팔아서 사기를 치고 다닌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 씨나 이 의원이 이 사건에 관련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인도네시아에 체류 중인 허 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연결고리가 끊어져 이번 사건은 ‘영구미제’가 될 수도 있다.

▽권력 중반기 증후군?=아무튼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부각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래야만 단기적으로는 4·30 재·보선에서의 승리, 중장기적으로는 현 정권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변곡점(變曲點)’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특별검사제의 칼을 뽑아들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11일 “여권은 이번 의혹사건이 번지자 감사원 감사를 통해 덮으려고 하다가 자꾸 의혹이 드러나자 이젠 검찰수사로 넘겨 덮으려 한다”며 특검제 도입을 요구했다.

당 ‘오일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인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이 의원의 개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와 돈의 흐름 등에 관한 ‘실탄’을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과 검찰의 수사결과를 부정한다면 우리 스스로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특검 주장을 반박했다.

현재로선 여권도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양측 모두 ‘집권 중반 증후군’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사력을 다한 공방전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