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28·사진)가 19일 새 앨범 ‘데스티니 오브 러브’를 발표한다. 이번 음반은 작년 7월 일본 후지TV 드라마 ‘도쿄완케이(東京灣景)’에 삽입됐던 5곡과 신곡 5곡을 묶어 발매하는 스페셜 앨범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영국 런던에서 본보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노란 편지봉투에는 ‘이루마’ 세 글자가 씌어 있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안녕하세요. 이루마입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저는 지금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 근황이 궁금하시죠? 요즘은 쉬면서 11월에 나올 4집 음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여행도 가고 싶고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싶지만 올해까지는 음악에만 몰두하려고 합니다. 요새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코가 자주 막히는 것 빼놓고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참, 자랑 하나 할게요. 저희 집 지하에 음악 작업실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4집 음반은 이 작업실에서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새 앨범 ‘데스티니 오브 러브’가 19일에 발매됩니다. 이번 앨범의 전체 분위기는 2003년 3집과 비슷하지만 물 흐르듯 연주한 ‘마지막 소리’나 현악 앙상블곡 ‘약속’ 등을 들으면 한결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특히 마지막 곡 ‘어떻게 날 잊어야 하는지’는 제가 1998년 대학생 때 만든 작품인데 새롭게 가사를 붙여 직접 노래도 해 봤습니다.
이번 앨범은 저의 마지막 피아노 연주 음반입니다. 그런 사실 때문인지 음반 작업을 하면서 슬프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 스스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한계’라는 것을 느껴 보기도 했고, 다른 음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음반이 ‘피아노 연주자 이루마’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작곡가 이루마’로 음악 활동을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피아노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장르의 음악, 예를 들어 전자음악 같으면서도 어쿠스틱하고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 음악을 하나의 ‘일기’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도구가 바로 음악인 것이죠. ‘데스티니 오브 러브’ 역시 저의 지난 일기장을 여러분께 공개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11월에 4집을 들고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입니다. 그 전 7월에는 일본에 건너가 일본 데뷔 싱글과 관련된 홍보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일본 진출은 7월 이후에 작업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의 음악을 통해 여유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제가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 11월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세요.
2005년 4월 8일
영국 런던에서 이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