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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油田의혹 조사엔 맥 못춘 ‘막강 감사원’

입력 | 2005-04-12 21:39:00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油田) 투자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핵심 의혹을 밝히지 못해 실망스럽다. 이럴 바에야 검찰 수사로 바로 갈 것이지, 감사원이 붙잡고 시일을 끌면서 의혹만 키울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철도청 간부들이 사업 범위에 들어 있지도 않은 유전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데는 정치권력의 작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사원은 유전 투자의 행정 절차상 잘못만 지적하는 데 그쳤다. 핵심 관련자들을 대질시켜 조사하지도 않았고, 결국 진상 규명을 검찰에 떠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철도청은 한국크루드오일(KCO)을 함께 설립한 전대월 씨가 사례비를 요구하자 전 씨의 소유 지분 12만 주를 12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부도를 냈던 신용불량자가 가볍게 120억 원을 챙긴 것이다. 또 철도청 투자본부장은 철도교통진흥재단 이사장의 위임장까지 위조해 계약을 했다고 한다. 전 씨를 불법적으로 봐줘야 할 절박한 사정이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전 씨는 이광재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이고 평소 친분관계를 과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의원의 개입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처음부터 진상규명 의지가 부족했다. 두 달 동안이나 미적거리다가 감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전례가 드물게 사무총장이 나서서 이 의원에 대한 해명성 발표까지 했다. 감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일이었다.

철도청은 서류를 위조하는가 하면 전문기관 실사(實査)도 받지 않은 채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고, 은행은 사업성 검토가 미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도 ‘부득이’ 대출을 해줬다. 이들을 압박한 ‘힘의 개입’이 없고서야 불가능한 일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은가.

4개 야당이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을 공동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핵심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 수사조차 미진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못한다면 어떤 개혁 구호도 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