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유니폼 선물독일 프로축구 2부리그(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신세대 축구스타 차두리(오른쪽)가 1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등번호 11번 유니폼을 선물했다. 이날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초대해 정상 만찬에 참석한 차두리는 쾰러 대통령에게는 5번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선물했다. 베를린=석동률 기자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베를린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독일 연방 하원 외무위 및 경제협력위 소속 의원 25명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만찬사를 통해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독일을 치켜세웠다.
또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일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계속하고 있고 역사교과서도 이웃나라들과 협의를 거쳐 편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독일을 극찬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과의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유럽연합(EU)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독일의 유력 언론들이 일본 비판에 나섰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12일자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과거 극복의 문제를 통찰하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만 관심이 있다”고, ‘디 벨트’는 11일자에서 “일본은 몇몇 역사교과서에서 전쟁범죄를 언급하지 않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2일 오전 제1야당인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옛 동독 출신의 정치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민은 통일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본격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북핵 문제 해결을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한 비용 부담의 전제조건으로 분명히 제시했다.
또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방식의 개혁과 개방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북한의 안정을 흔들지 않으면서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독일식 흡수통일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6자회담의 틀 내에서지만 중국과 더 긴밀한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베를린 아들론호텔에서 한독(韓獨) 경제인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독일 기업인들에게 한국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 노 대통령은 13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한다.
베를린=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