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주)마리진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식장 카펫 위로 ‘댄스 플로어’가 깔렸다. 그 위에 올라선 주인공은 신부와 그녀의 아버지. 입장할 때 잡았던 손을 다시 잡은 부녀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하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파티형 결혼식’이 최근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번뿐인 결혼식을 성혼선언문 낭독과 주례사 등 간단한 절차로만 끝낼 순 없다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다. 결혼식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먼 길을 찾아온 하객에게 ‘재미’를 선사해 주기 위해서도 파티형 결혼식이 인기다.》
▽파티형 결혼식이 뜬다=파티형 결혼식이란 ‘파티’처럼 하객과 신랑 신부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결혼식을 말한다. 신랑 신부 입장, 주례, 연주에서 피로연으로 이어지는 결혼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한데 모여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거나 처음부터 뷔페를 차려 놓아 서로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먹으며 대화도 나눌 수 있도록 한다.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호텔뿐 아니라 레스토랑, 갤러리, 야외 등 개방적이고 편안한 공간이 파티형 결혼식 장소로 선호되고 있다.
먼 친인척까지 초대하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하는 것이 파티형 결혼식의 특징이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고 10∼100명을 초대해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1년 사이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치러진 소규모 파티형 결혼식은 30%가량 늘었다.
웨딩컨설팅업체 라씨엘의 김지연 웨딩플래너는 “최근 외국에서 파티 문화를 경험한 젊은층이 늘면서 음악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댄스 플로어를 마련해 달라고 하는 등 개성 있는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마이클(더못 멀로니)과 키미(캐머런 디아즈)의 결혼식 피로연은 낭만적인 음악 속에 서로 왈츠를 추는 것으로 절정에 이른다.
영화 속 신랑 신부의 왈츠와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들러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결혼식.
요즘은 파티형 결혼식을 전문적으로 기획해 주는 업체가 늘면서 미리 왈츠 강습을 해 주는 곳도 있다. 웨딩컨설팅업체 ‘파티웨딩’은 원하는 사람에 한해 결혼식 전에 왈츠를 가르쳐 준다.
보통 서양에서 신부의 첫 왈츠 상대는 아버지. 신부와 아버지의 왈츠를 일컫는 ‘퍼스트 댄스’를 위해 아버지가 몸소 나서 배우기도 한다.
신부의 들러리들은 신부 못지않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다. 웨딩드레스 업체들은 들러리를 위한 드레스도 디자인해 준다.
서울 강서구 발산동 메이필드호텔 웨딩플래너 한상민 지배인은 “최근에는 신랑 신부가 정한 ‘드레스 코드’에 맞춰 친구들도 같은 색상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결혼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객을 즐겁게=그래픽디자이너 이모(34) 씨는 5월 결혼식 장소로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를 택했다. 8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자주 가던 곳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맥주와 음식을 즐기기를 원했기 때문.
그는 하객들이 지루해 하는 주례사를 없앴다. 대신 자신들의 추억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 씨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온 하객들이 신랑 신부와는 말도 제대로 못한 채 허겁지겁 쫓기듯 먹고 가는 결혼식은 싫다”며 “부모님이나 친지들도 재미있는 결혼식이 낫다며 찬성했다”고 말했다.
파티형 결혼식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 사람들이 결혼식을 즐거운 행사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 이를 위해 하객들이 좋아할 만한 레스토랑을 고르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기획하는 것이다.
신랑 신부의 추억이 담긴 동영상은 기본이고 추첨을 통해 하객에게 경품을 주거나 전문 DJ가 처음부터 끝까지 댄스파티 분위기를 내는 음악을 틀어준다.
파티웨딩 최은정 플래너는 “양가 어른을 위한 전형적인 결혼식과 친구들을 위한 파티형 결혼식을 함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 결혼식은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