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있는 만큼 학교의 고민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교장으로 취임한 조한혜정(사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대안적 여성운동의 싹을 틔운 선두 페미니스트, 교육과 삶의 부재를 우려하는 지식인…. 그를 설명하는 말은 적지 않다.
‘하자’ 청소년직업센터를 5년간 이끌며 새로운 청소년 교육에 앞장서온 그가 올해 안식년을 맞아 ‘교장선생님’으로 다시 한번 변신했다.
조한 교장은 13일 “사회 해체의 시대,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교사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평생을 함께 배우고 삶을 함께 일구어가는 새로운 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성산동 주택가의 한 살림집에서 처음으로 초·중학생 30명의 아이들을 맞은 성미산 학교는 주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세운 최초의 도심 속 ‘마을 학교’다. 성미산학교의 뿌리는 주민들이 1994년 자발적으로 설립한 공동육아어린이집.
학부모인 조은수(趙恩秀·여)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모든 것을 상의하고 해결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얼마 전 성산동으로 이사해 마을 공동체에 참여했다”며 “조한 선생님이 큰 희생을 감수하고 학교를 맡아 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곳 주민들은 조금씩 늘어나는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를 중심으로 설립 기금을 모으는 등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조한 교수는 “교수로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다”며 “하지만 하자작업장에서 쌓은 경험이 성미산학교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학교로 자리 잡게 되는 긴 여정에 잠시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교장을 맡게 됐다”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