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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지진은 왜 판경계서 많이 일어날까

입력 | 2005-04-14 17:58:00


지난달 20일 한반도 전역을 뒤흔든 리히터 규모 7.0의 후쿠오카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진 하면 항상 지각판이 등장한다.

지구의 껍데기부분(지각)은 축구공의 표면처럼 판이라 불리는 여러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이 판들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처럼 지각하부 맨틀의 대류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각판과 지진은 어떻게 관련될까.

1960년부터 미국 지질조사국은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140곳에 국제표준 지진계를 설치했다. 여기서 얻어진 지진자료를 분석한 지구과학자들은 지진이 아무 곳에서나 일어나지 않고 특정한 선을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이 선은 판의 경계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각은 14개의 주요 판들과 여러 작은 판들로 구성된다. 작은 판들의 수는 학자에 따라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38개까지 주장되고 있다. 그럼 학자들이 판이라고 합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판의 경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자. 새로운 지각이 아래쪽에서 솟구치면서 양쪽 판들이 멀어지거나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기어들어가 일부가 사라진다. 또 두 판이 엇갈려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는 예외 없이 지진이 발생하고 통계적으로 전 세계 지진의 약 85%가 일어난다.

판은 주변의 판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그 경계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 셈이다. 최근 한반도가 유라시아 판에서 세분화된 아무르 판에 속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판의 움직임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바이칼 호수와 홋카이도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판의 경계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판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하와이 제도이다. 하와이 섬에서 약 500km 서북쪽에 있는 카우아이 섬은 지금의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약 500만 년 전에 생성된 이후 1년에 약 10cm씩 서북진하는 태평양판을 타고 지금의 위치로 이동해 간 것이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하와이 사람들은 동시에 태평양판 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leel@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