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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위장전입 해명 "선친께서 했다"

입력 | 2005-04-15 16:07:00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가 14일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밝힌 2차례 위장전입에 대한 해명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와 "나도 모르게 선친께서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홍 대사는 이날 해명에 앞서 "국민여러분께 죄송한 말씀을 드리며, 사과드릴 것은 사과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주영 별장 = 홍 대사는 2001년 현대상선 정몽헌(鄭夢憲) 회장에게서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별장을 샀다. 이곳은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鄭周永) 전 회장이 소유하면서 '정주영 별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홍 대사는 이날 "거래는 계약서 없이 진행됐고, '물건을 본 뒤 1주일 내에 대금을 전액 지불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 거래대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홍 대사는 최종 계약직전 땅 문서를 확인한 뒤 3만평 가운데 2000평이 농지로 분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농지는 현지 거주자만 구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의식해 정 회장에게 "농지 2000평은 떼어내고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 홍 대사의 설명.

홍 대사는 2만8000평은 자신의 이름으로, 농지 2000평은 모친의 이름으로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사는 모친의 주민등록을 옮긴 뒤 문제의 2000평을 구입하는 위장전입을 저지른 것이다.

홍 회장은 "이 대목은 내가 알고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거북하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전체 재산의 1,2% 밖에 안 되는 규모"라며 "부동산 투자로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고 양해를 당부했다. 홍 대사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청와대는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가족묘지 = 홍 대사의 가족은 경기도 이천군 율면에 가족묘지 4만5000평을 갖고 있다. 대부분 79~81년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3분의 1은 농지로, 실제 거주자가 아닌 외지인은 주민등록을 옮겨야 구입가능하다.

홍 대사는 "부친(홍진기·洪璡基 전 법무장관)께서 나 아내 모친의 이름으로 땅을 샀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당시는 내가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은행에 근무하던 시절로 (위장) 전입 사실을 몰랐으며, 귀국 후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대사는 83년 귀국한 뒤 같은 장소에 농지 3000평으르 추가로 샀다. 땅 주인이 땅값 흥정 때문에 79~81년에는 매각을 미루던 곳이었다. 홍 대사는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일할 당시로, 나는 추가 거래 자체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땅은 홍 대사의 부인 이름으로 등기됐다. 이 절차가 같은 이유로 위장전입에 해당한다.

이 땅은 위장전입 문제소지가 있는 농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89년 홍 대사의 장남에게 상속됐다. 홍 대사는 위장전입 인지시점에 대해 "상속 시점인 89년 이전에 부친에게서 몇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그 땅은 공시지가로 몇 억원, 시가로는 15억~20억원쯤 되는 땅으로, 죄 의식이 별로 없었다"며 "절대 차액을 고려한 투자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홍 대사는 또 "국민여러분께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직자가 왜 재산이 이렇게 많느냐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다만 사람은 누구나 출발점이 다른데, 저는 혜택받은 삶을 살아왔다"고 말도 남겼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