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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북스]‘속담으로 풀어보는 이야기 경제학’

입력 | 2005-04-15 16:47:00


◇속담으로 풀어보는 이야기 경제학/김상규 지음/320쪽·1만 원·오늘의책

5공 시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던 김재익 박사는 경제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외국 경제전문가 사이에선 “한국에 가서 김 박사에게 브리핑을 들으면 한국 경제 전체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는 평이 났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도 김 박사 강의를 몇 번 듣고는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현상은 복잡하므로 어렵지 않게 이해시키려는 글을 쓰려면 대단한 내공이 필요하다. 적절한 비유와 명쾌한 문장, 읽는 재미 등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쉽게 읽히도록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대구교육대 김상규 교수가 쓴 이 책은 이 같은 요구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 61가지를 소개하기 위해 이와 잘 어울리는 속담을 골라 짝을 지었다. 속담에 담긴 교훈은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절반은 이해하고 시작하는 셈.

경제학의 기본개념인 ‘희소성’은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과 연결하면 머리에 얼른 들어오지 않겠는가. ‘기회비용’도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와 짝지우면 무릎을 칠 만큼 잘 어울린다.

‘수요’와 ‘공급’도 장황한 설명보다 한마디 속담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다’와 ‘자식도 많으면 천하다’가 각각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매몰 비용’을 이해시키려면 대체로 여러 사례를 들어야 하는데 속담 비법을 쓰면 그럴 필요가 없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라는 속담 하나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는 ‘산중 놈은 도끼질, 야지 놈은 괭이질’이, ‘도덕적 해이’는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간다’라는 속담이 이해의 열쇠이다. ‘경제적 유인(誘因)’과 관련,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만큼 핵심을 찌르는 비유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속담에서 우러나오는 구수한 맛을 느끼며 현대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소화할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속담 사전 한두 권이 닳을 만큼 숱하게 펼치고 닫았으리라. 20여 년간 경제학을 가르치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고민해 왔다는 저자는 “속담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혜가 있어 교육에 응용하기 안성맞춤”이라고 역설했다.

경제학의 주요 개념인 ①자본 ②주인과 대리인 문제 ③수요의 가격탄력성 ④한계효용체감의 법칙 ⑤소비행위의 상호의존성 등에 알맞은 속담은 무엇일까.

저자는 ①돈이 돈을 번다 ②행랑이 몸채 노릇한다 ③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먹지 ④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다 ⑤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 등과 연결시켰다.

외부경제, 공공재, 정부 규제, 보호무역, 국제수지, 생산성 등에 어울리는 속담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속담 사전을 뒤지고 나름대로 정답을 찾은 뒤 이 책을 펼쳐 보시라. 한국어 어휘 실력과 경제학 지식이 함께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리라.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