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기쁨 1, 2/정효구 엮음/334쪽 372쪽·8900원 9800원·작가정신
겨우내 쌓였던 그리움 때문일까?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에서 목련, 벚꽃에 이르기까지 이른 봄에는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이 줄을 섰다. 그중에서도 하얗고 커다란 꽃송이로 하늘을 꽉 채우는 목련은 봄의 꽃으로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봄의 상징이라 할 목련을 보고도 사람들의 느낌은 저마다 다르다.
잎이 피기도 전에 뚝뚝 떨어지는 꽃을 보고 절망을 노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시절 다 지났다는 생각을 뒤엎고 피어나는 푸른 잎을 예찬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관점은 자기만의 개성과 창의적 사고를 대변한다. 중요한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이해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곧 사물에 대한 이해와 의미부여 과정이 얼마나 충실한가가 그 관점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말해준다면 ‘시 읽는 기쁨’은 이런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될 책이다.
알다시피 시는 압축과 절제의 예술이다. 짧은 시 속에는 시인의 관점과 창의적 사고가 깔려 있고, 그래서 시 읽는 과정은 시 속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며 시인의 정신적 편력을 함께 나누는 일이 된다. 한마디로 시의 이해 또한 논리적 과정인 것이다. 그러나 시를 이해하기보다 외워 온 독자들에게 시인의 관점과 논리란 버거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만한 논리적 사고와 훈련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독자들에게 ‘시 읽는 기쁨’은 시를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방법을 보여주고 훈련시킨다.
최승호의 시 ‘전집’을 살펴보자. 이 시는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는 단 한 줄로 이루어졌지만 수없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먼저 이 시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지적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무언가를 남기려는 행위는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때로 보다 많은 것을 남기려는 인간의 욕심은 삶을 탐욕과 어리석음 속으로 밀어 넣는다. 시인은 이 점을 경계한다. 아무런 욕심 없이 살다 오직 껍데기 하나로 생을 마감한 조개를 보며 시인은 삶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모두를 시인은 단 한 줄로 줄여 버린다.
글쓴이는 절대로 서두르거나 다그치는 일이 없다. ‘벚나무 꽃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은 듯’ 책을 읽다 보면 행간에 숨은 시인의 뜻을 알 것 같고 시인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의 향기와 더불어 우리의 이해력과 사고력이 쑥쑥 자랄 것 같다.
문재용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