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특별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로 바꾸기로 당론을 정하고 같은 맥락에서 기획예산처 소관 상임위원회를 현재의 운영위원회에서 재경위원회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으로선 행정부 예산의 편성 단계부터 간여해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괜찮은’ 카드로 생각한 것 같다. 반면 여당은 이에 대해 ‘정쟁(政爭) 상임위’, ‘당정 압박용 발목잡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예결위에는 나눠먹기, 불투명 심의, 전문성 부족 등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는 계수조정소위 공개, 예결위원의 다른 상임위원 겸임 폐지, 예산심의기간 조정, 결산단위 분리 등 상설화로 가기 위한 보완책 대부분이 ‘말잔치’에 그칠 때부터 예견됐었다.
납세자들은 국회 예결위가 상임위로 바뀌면 가파른 국민부담률 상승에 일정한 제동을 걸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가령 “정부가 올 7월 담뱃값을 500원 더 올리려고 법을 고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납세자라면 당연히 ‘예결위 상임위화’를 촉구할 것이다.
실제 부당한 조세의 세율 인하나 세목 폐지 여론이 비등하더라도 노회한 행정부 공무원들은 으레 “예산 부수 법안이므로 9월 정기국회 때 보자”며 비켜 간다. 같은 논리로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담뱃값 인상 법안도 9월 정기국회 때 보자”고 말한다면 어떨까.
예결위의 상임위화는 국민부담률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의 심의 처리 방식을 납세자 눈높이에 맞춰 합리화하려는 시금석이다. 따라서 여당이라 해서 현 행정부의 이해관계만 따져 대응하면 안 된다. 정치인 누구나 언젠가는 이 문제를 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도 최종 목표인 국회법 개정에 설혹 못 미치더라도 당정의 무절제한 국민부담률 올리기에 반드시 제동을 걸어야 한다. 현행 국회법에서도 예산문제와 결부된 주요 법안에 대해선 연석회의(국회법 63조)나 전원위원회(같은 법 63조의 2) 소집 등을 통해 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현 납세자연맹 예산감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