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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순국선열 넋이여… 恨이여…

입력 | 2005-04-15 18:45:00


원불교 서울교구는 3∼10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운동 순국선열 합동 위령재’를 열었다. 서대문형무소가 어떤 곳인가. 일제강점 36년간 민족 탄압과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광복 이후에는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고문 등으로 원한이 서려 있는 곳이 아닌가.

원불교에서는 최대 기념일인 대각개교절(개교일·4월 28일)을 맞아 막히고 얽힌 일체의 업연을 해원시키려는 사명을 갖고 독립운동 순국선열 합동 위령재를 지냈다. 서울교구에서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각 종교 대표자들을 비롯해 1500여 명의 교도들이 동참했다. 식전 행사로 사형 집행장과 애국열사들이 수감됐던 지하 감방을 순례한 뒤, 원불교 고유의 영령 천도의식으로 2327위의 독립운동 순국선열뿐 아니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들의 혼을 위로했다.

이번 위령재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순국선열들의 민족정기를 되살려 세계적 보편윤리로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민족정기는 민족과 국가에 국한되는 정신이 되어서는 안 되며 세계 보편적 윤리로 승화될 때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신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문화적 토양은 이미 한국을 벗어나 동남아시아 일대에 번져 가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한류(韓流)다. 한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문화적 토양이 세계화될 수 있는 역량을 가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의 민족정기를 재창조해 나가야 한다.

또 다른 의미는 형무소에 서린 음계(영혼세계)의 원한을 말끔히 풀어 청소했다는 것이다. 서대문형무소 자리, 즉 서울 도심에 얽힌 상극의 기운과 음계의 원한들을 풀어버림으로써 우리가 사는 사회를 명랑하고 평화로운 사회로 나가게 해야 한다. 역사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국선열의 한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얽히고 막힌 기운을 풀고 인류를 상생상화(相生相和)의 길로 인도해 대동화합의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 종교인들이 할 일인 것이다.

이성택 원불교 서울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