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재앙은 무엇일까.
영국 가디언지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 10명에게 인류가 직면할 최대 위협들을 예상하고 이 위협들이 지금 태어난 아이의 일생(향후 70년) 동안 발생할 가능성, 그리고 인류에 미칠 영향을 10점 척도로 평가해 줄 것을 요청해 15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가장 참혹한 재앙으로 꼽은 것은 지구가 블랙홀에 먹히는 경우. 블랙홀의 지구 위협 가능성을 제기한 리처드 윌슨 하버드대 물리학 교수는 지구가 블랙홀에 먹힌다면 생명체가 멸종하는 파국을 맞게 되겠지만 외계의 블랙홀에서 얻은 정보들을 고려할 때 70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라인하르트 스틴들 독일 빈대 교수는 텔로미어 퇴화가 인류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 염색체 끝에서 보호막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는 세대가 거듭되면서 계속 짧아지고 있다. 텔로미어 퇴화로 인해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심장질환, 뇌중풍 같은 노화관련 질병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인구가 급속히 감소할 수 있다.
그 반면 바이러스 재앙은 향후 70년간 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인류 전체에 미칠 재앙 수준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마리아 잠본 영국 보건보호국 교수는 현재 가장 심각한 우려는 H5 조류 인플루엔자로 이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갖게 될 경우 2000만 명이 숨진 1918년 독감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에 대한 재앙 정도가 높고 70년 내 발생 가능성도 높은 위협으로는 초대형 화산폭발이 꼽혔다. 빌 맥과이어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교수는 초대형 화산이 폭발할 경우 1000km² 이상의 넓은 지역이 화산 암석 부스러기로 황폐화되고 주변 대륙이 화산재로 덮이며 대기는 유황가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지진과 운석충돌 같은 자연적 위협은 인류가 계속되는 한 언제나 지속되지만 다른 위협은 현대사회가 서로 연계되면서 더욱 악화된다”면서 “자연이 아닌 인류 스스로 초래하는 위협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